- 만나기 힘든 새, 찍기 힘든 새 알락꼬리쥐발귀
알락꼬리쥐발귀를 만나러 갔다
이 새는 야행성 새라 새벽 일찍 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동트기 전에 도착했다
7시부터 기다렸지만
어제 만났다는 곳에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어제는 일찍부터 나왔다는데
오늘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새벽부터 한 시간 이상 서 있으니
너무 추워서 멀리까지 운동을 하고 왔다
운동을 하고 오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알락꼬리쥐발귀가 이동한 모양이라고
다른 곳이나 가야겠다고 짐을 싸고 있었다
어제 나왔다는 곳을 쳐다보고 인사를 하려는데
어, 뭐가 움직인다
그래서
"이상한 게 있어요" 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알락꼬리쥐발귀라고 한다
그제야 사람들이 모여들어
모두들 좋아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몇 장을 찍다가 생각하니
어제 전역하고 오늘 새를 보러 왔다는 대학생이
'저 아래서 새를 찾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 학생을 부르러 갔다
부리나케 돌아오니
모두들 이리저리 새의 움직임을 찾아 찍고 있었다
나도 열심히 셔터를 눌렀지만
풀에 가려서 얼굴이 가리거나
꼬리가 가리거나 해서
뒤에 찍은 사진은 제대로 나온 것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맨 처음에 찍은 사진이 그래도 봐줄 만했다
혹시나 한번 더 나올까 하고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몇 분은 중간에 가고...)
알락꼬리쥐발귀는 나오지 않았다
아예 멀리 이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풀 속에 숨어 은밀하게 다니는 알락꼬리쥐발귀는
개개비과가 아니라 휘파람새과라고 한다
얼마나 은밀한지 저곳에 있다는 걸 알고 찍으면서도
몸 전체가 다 나오게 찍지 못하니
정말로 찍기 어려운 새였다
하루종일 한 곳에 서서 서성이는 중노동을 한 날이었지만
'언제 만날지 모르는 새를 만나서'
마음만은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