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항상 이유보다 먼저 움직였다

by 송승호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왜 이 사람이 좋은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그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이면
먼저 이유를 찾으려 했다.
잘해줘서 그런 건가,
나를 이해해 줘서 그런 건가,
아니면 그냥 외로워서 그런 건가.
그렇게 하나씩 이유를 붙이다 보면
마음이 정리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리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해질 때가 많았다.
설명은 늘 뒤늦게 따라왔고,
마음은 이미 그전에
어딘가에 가 있었다.
살다 보니 알게 됐다.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먼저 움직인다는 걸.
이유를 찾기도 전에
이미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별다른 계기가 없어도
자꾸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이유를 갖다 붙여도
끝내 가까워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조건은 충분한데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였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왜 나는 이 사람에게 끌리는지,
왜 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인정하게 됐다.
마음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역이라는 걸.
우리는 종종
마음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그래야 덜 흔들리고,
그래야 덜 틀린 선택을 한 것 같아서.
하지만 모든 감정이
설명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설명하려 할수록
본래의 감정에서 멀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마음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이유를 찾기 전에
지금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조용히 바라보는 쪽으로.
왜 좋은지 몰라도 괜찮고,
왜 끌리는지 설명 못 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감정이 있었고,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관계들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방향이었던 것 같다.
마음이 향하는 쪽,
자꾸 머무르고 싶은 쪽,
아무 이유 없이 편안해지는 쪽.
그게 이미
충분한 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면
굳이 붙잡지 않기로 했다.
설명하려 하기보다
그대로 두는 쪽을 선택한다.
이유는
언제나 조금 늦게 따라오는 법이니까.
그리고 때로는
끝내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됐다.
마음은 원래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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