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준 선물

by 송승호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게 성장이고, 그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문득,
몸도 마음도 더 이상 따라주지 않는 순간이 찾아왔다.
아무리 애써도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
의욕도 이유도 흐릿해지는 날들.
그저 멈춰야 했다.
의도한 쉼이 아니었다.
무너진 마음이 요구한 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던 그 시간.
시간은 흘러갔지만, 나는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멈춤 속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 너무 오래 참아왔던 감정들,
밀어내기만 했던 생각들이
조용히 올라와 나를 마주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평가 속에서
내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멈춤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회였다.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내 삶의 진짜 중심을 되짚어볼 수 있는.
외면하고 있던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진심 어린 시선을 건넬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쉼은 말없이 말해줬다.
“괜찮아, 이대로도 좋아.”
그 한마디가 내 안의 굳은 마음을 녹이고
내 존재를 다시 안아주는 듯했다.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건
계속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멈추는 용기라는 걸.
그 멈춤이 있어야
비로소 내 안의 진짜 욕망과 방향이 보였다.

바삐만 살았던 시간 속에서
잊고 지냈던 것들.
나를 돌보는 일,
나를 알아주는 일,
그리고 나를 존중하는 일.

쉼은 나를 멀리 데려가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주었다.
그건 아주 조용하고, 단단한 변화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성장이라는 단어 앞에
‘빠르게’, ‘앞서가야 한다’는 말만 붙여왔는데,
이제는 말하고 싶다.
“때로는 멈추는 것도 성장이다.”

진짜 나를 만나는 일은
멈추고 나서야 가능했다.
그리고 그 멈춤이,
내 삶에 진짜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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