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자리에서 피어난 작은 기적

by 송승호


조용히 멈춰 선 자리에서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계절의 색,
무심히 넘겼던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도록 울고 있던 나의 목소리.

멈추지 않았다면
영영 듣지 못했을 이야기들이었다.

삶은 때로 속도를 늦춰야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있다.
잠시 멈춘 그 자리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변화의 씨앗이 떨어진다.

하루하루가 버거웠던 나에게
멈춤은 큰 용기였고,
그 용기는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나를 몰아세우는 대신,
다독이는 법을 배우고
앞서가기보다는
나와 나란히 걷는 법을 배운 시간.

그렇게, 나는
멈춘 자리에서 조용한 기적을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걸어도,
멈춰 서 있어도,
우리는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혹시 지금,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드는 당신이라면
그건 게으름도, 포기가 아니라
당신 안의 지혜가 속삭이는
회복의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조용히 멈춘 자리에서
당신도 당신만의 기적을 만나기를.
마음 한편에서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었던
그 작고 소중한 무언가를
비로소 마주하길 바란다.

천천히, 당신의 속도로 괜찮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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