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_관찰_07
연애 초반에도 종종 속상한 일이 있었다. 여자친구가 나에게 어떤 불만을 이야기할 때였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 불만이 마치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한 판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설명하려 했다. 변명하려 했다. 그리고 결국 화가 섞인 말이 나왔다.
“그건 내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잖아.”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야?”
처음에는 단순한 설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반응은 점점 강해졌다. 나도 모르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그건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거지,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상식적으로 그게 불만이라는 게 말이 돼?”
돌이켜보면 그 순간의 나는 상대의 마음을 듣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이었다.
이런 질문이 생겼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생각이 너무 복잡해질 때면 나는 명확한 것들에 마음을 묶어 두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나의 주장이 강할수록 상대방이 위협을 받는구나
-나의 자아가 강할수록 상대방이 위협을 받는구나
-나의 자아 강할수록 나는 힘들어 하는구나
-나의 자아가 인정받지 못하면 더욱더 자기 주장을 하는구나
-나의 자아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자아도 인정하자.
-자연스러운것을 바꾸려 하지말자
-상대방이 나의 자아를 비판하면 내의 자아를 위로해주고 상대방의 자아를 인정해주자
-억압하려 들지 말자
명상과 실천 행동은 정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도 매일 마주하게 된다. 반복의 편안함에 생각이 합리화된다. 그래서 항상 같이 필요한 것이 있다. 인식의 전환과 관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가’가 아니라 ‘진단’이다.
“나는 왜 이럴까?”라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런 패턴이 있구나.”라고 바라보는 것.
목표는 나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방향을 잡는 것이다. 비판도 마찬가지다. 책망이 아니라 관찰에 가까워야 한다.
기록해보기
기억이라는 것은 감정이 섞여 있는 기록이다. 그래서 종종 왜곡된다. 하지만 사건 자체를 나열해 보면
조금 더 중립적인 구조가 보인다. 마치 연대표처럼.
-최근 몸이 오래 아팠다
-이혼을 했고 그 이후에도 연애를 하고 헤어졌다
-회사 퇴직 문제로 소송을 걸어봤다
-가까운 가족의 자살을 겪었다
- 학교나 단체생활을 싫어했다
- 어렸을때는 할머니의 죽음을 겪었다
- 형이 있다
- 여자친구를 만났다
- 해외에서 살았다
- 결혼을했다
- 이직을했다
- 졸업을했다
관찰된 나의 정신
이 사건들 위에 내 마음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관찰해 보면 조금씩 패턴이 보인다.
- 모두에게 어린 자아와 성숙한 자아가 있고, 여친에게 두 모습이 있다. 여친의 성숙한 자아에게 따지듯 말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건 내가 어릴 때 어른들에게 자주 하던 방식이다. 어른들의 반응과 대답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늘 상처를 느꼈던 것 같다
- 평소에 싸우듯이 말하고 가르치려한다. 과거의 어린 나를 못구해서 그런 느낌이든다
- 동생으로서 형을 존중하고 참아라라는 이야기를 많이들었고 억울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 나를 가장 공감해주고 사랑한 할머니가 돌아가셧을때는 3일동안 너무 울어서 기절했다
- 감정 = 위험, 억울함 = 표현하면 안됨, 도덕 = 살아남는 방식이 적용되었을수 있다
- 억울함, 분노, 상처를 내가 더 옳은 사람이, 더 도덕적 사람이, 더 바른사람이 되면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 나는 스스로를 자기 통제가 강하고, 옳고 그름 명확하고, 공정성에 민감하고 생각한다
- 연애에서 나는 이렇게 노력한다, 이렇게 도덕적이려고 한다, 그러니 너도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이 자주든다
- 억울함이 분노로, 포기가 냉소로, 무시함의 감정이 드는 것은 나의 자기 보호 논리이다. 실재로 느낀다.
- 나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나는 그들을 존중할 필요 없다"라고 생각한다
- 세상에서 나를 이해한 사람, 그 존재가 사라질 때 슬픔이 매우 강하다
- 사랑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는
- 나의 어린자아가 "누군가가 내 마음을 정확히 이해해주면 좋겠다", "나는 틀린 사람이 아니다"라고 바란다
- "왜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지?" "내 입장을 정확히 이해해 줘"라는 욕구가 생긴다
- 사랑한다는 사람에게서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를 이해하지 못하네"라는 느낌이 든
- 이해하려는 사람이 안전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 이해받지 못하면 혼자다라고 느낀다. 이해되어야 관계가 연결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관계란 단순히
두 사람이 감정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 행동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서 시작해 그 인식이 타인에게 확장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어릴 때 만났던 사람들의 영향이 깊이 남아 있다. 심리학에서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 처음에는 자신과 엄마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고, 저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라는 자아의 경계가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함께 배우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배우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식만으로 인식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체득은 마치 물을 끓이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온도가 조금씩 올라갈 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하면 상태가 완전히 바뀐다. 액체였던 물이 갑자기 기체가 되는 것처럼. 아마 인식의 변화도 그런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