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하기_마음을 붙잡지 않아도 되는 날들

ADHD_관찰_06

by 쏴재


직전 글에서 썼듯이, 내가 차분해지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다잡는 것이 아니다. 그냥 모든 행동을 천천히 하면 된다. 말하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시선을 급하게 옮기지 않고, 소리를 ‘듣는다기보다 머문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이렇게 몸의 리듬을 늦추면 감정도 자연스럽게 그 속도를 따라온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이고, 몸의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유난히 불안하고 산란한 날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분주하고, 생각이 이곳저곳 튀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운 날. 이건 마치 날씨와도 같다. 우리가 의지로 비를 멈출 수 없듯이, 어떤 마음의 환경은 노력으로 즉시 바꿀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습관이 바뀌면, 그 빈도와 세기는 달라진다. 아직 완전히 그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산란하고 분주한 날에는 가장 먼저 필요한 태도는 이것이다.

“아,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지금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구나.”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고요해지려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멀어진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준다.

“그냥 그렇구나.”

“이런 상태에서도 차분해지는 연습을 해보면 오히려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

먼저 필요한 건 인식의 변화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냥 하는 것 이다. 노력으로 마음을 통제하려 들 필요는 없다. 산란한 마음을 친절하게, 자비롭게 바라봐 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어느 순간, 아주 미세하게 변화가 느껴진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존재다. 다시 말하지만,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집중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명상책에 나와 있다. 호흡에 집중하는 법, 몸을 훑는 바디 스캔, 이미 검증된 방식들이다. 그중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방법은 조금 느슨하게 말하면 멍 때리기다. 방법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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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리의 바탕을 알아차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종종 백색 소음 같은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 더 잘 느껴지지만,

시끄러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큰 소리를 듣고 난 뒤

귀가 멍해질 때 들리는 그 미세한 잡음,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 중간에 들리는 소리 같은 것.

그 소리를 ‘집중해서 듣는다’기보다

그저 거기에 두는 느낌으로 둔다.


2. 시선을 풀어놓는다

이번엔 시선을 한 곳에 멍하니 둔다.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가까운 대상에 포커스를 두는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무언가를 보는 것도 아니다.

마치 공간의 안쪽을 바로 보는 느낌이다.

그러면 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흰 벽 위에서는 더 잘 보이지만,

사실 어디서든 나타난다.

눈을 감았을 때 어두운 배경 위에

오로라처럼 떠오르는

그 컬러풀한 빛들.


3. 두 감각을 앵커로 삼는다

이 청각과 시각을

마음의 앵커(닻)처럼 사용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지금 몸에서 느껴지는 한 가지 기분에 집중한다.

이 기분은

맛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촉감 같을 수도 있고,

온도 같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단어들이다.

* 부드럽다

* 매끈하다

* 따뜻하다

* 담백하다

중요한 건

감각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기분에 머무는 것이다.


4.다시 흩어지면, 다시 돌아온다

물론 집중은 잘 깨진다.

마음은 다시 분주해지고,

생각은 금세 끼어든다.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럴 때도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지 않는다.

흩어진 마음을 탓하지 않는다.

그냥 다시, 친절하게 바라봐 준다.

그리고 청각과 시각이라는 앵커로 돌아와

그 기분에 다시 머문다.

5. 짧아도 자주.

처음부터 이 연습은 길게 할 필요가 없다.

잘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짧더라도, 자주.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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