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에 대해 내가 오래도록 오해했던 것

ADHD_관찰_05

by 쏴재

나는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꽤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1년 이상 이어진 만성 통증을 몇 번이나 겪고 나서야 떠오른 생각이 있다.

몸은 생각보다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이 강하다는 것. 이 흐름은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

약이나 주사, 수술은 그 과정을 대신해주지 않고 그저 도와주는 역할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만성 통증이 자리 잡고 난 이후다.

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리하거나 그 부위를 건드리면 다시 통증이 살아난다.

완전히 없애기는 정말 어렵다.

몸은 이미 그 상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마음과 정신도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과 감정 역시 결국은 물리적인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한 번 습관이 되면, 그것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더 흥미로운 점은,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바뀌고,

반대로 아무리 의도해도 바뀌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렇게 믿어왔다.

“마음을 고쳐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따라온다.”

하지만 실제 경험은 달랐다.

지금 느끼는 심리 상태는, 내가 결심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바로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 행동, 생활 습관이 바뀌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마음이 따라 바뀐다. 이 지점에서 나는 아주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내가 차분해지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다잡을 필요는 없다. 그냥 모든 행동을 천천히 하면 된다. 말하는 속도를 늦추고, 시선을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소리를 천천히 듣고, 생각을 일부러 정리하려 애쓰지 않는 것.

이렇게 몸의 리듬을 늦추면, 감정도 어느 정도 그 리듬을 따라온다.

반대로 숨이 가쁠 정도로 뛰어다니고 있으면,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은 둔해진다. 배고픔조차 흐릿해진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신체가 가진 자연 치유력을 정신적인 노력만으로 조종할 수 없듯이, 감정과 심리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물론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을 없애는 노력”이 아니라, 환경과 행동을 조정하는 노력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이유도 모른 채 슬퍼지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진다. 원인이 분명할 때도 있고, 끝내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하나다. 이유를 알든 모르든, 내 몸과 마음은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뇌과학적인 분석과 편도체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이럴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감정의 원인을 집요하게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해졌을 때 “왜 불안하지?”를 계속 묻다 보면, 머릿속에서는 불안을 떠올리는 신경 회로만 더 활발해진다. 불안이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다.

대신 필요한 것은 이것이다. “내가 불안할 수 있다.” “아,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 이렇게 인정하고, 안정시켜 주는 것이다.

마치 불안해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이유만 캐묻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이에게 먼저 필요한 건

분석이 아니라 안전과 위로다.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울음을 멈출 수 있는 자리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중요하다. 성인이 된 나는, 내 안의 아이를 그렇게 돌봐야 한다.


충분히 안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원인을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때의 분석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조금 덜 불안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이것이다. 수용하고, 관찰하는 것. “지금 느껴지는 심리 상태는 내가 마음먹는다고 바로 바뀌지 않는다.” “환경과 행동이 바뀌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바뀐다.” 이 오래된 오해를 바로잡는 것. 그리고 그 위에서 천천히 변해가는 것. 그게 내가 몸과 마음을 대하는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걸


"고통이 나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고통을 잡고 있는 것이다."이라는 수천 년 전의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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