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앞선 글에서 는 다음에 대해 살혀 봤다
- 본질01: 자의식이나 나의 본질이라는 것은 어쩌면 '진화의 흔적과 뇌 전체의 네트워크가 작동하면서 만들어내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 본질02: 나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의식정보도 받아들이는 수준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관찰을 해보았다
이번에는 ‘본질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내가 어디까지이고, 세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분명 이 세상에 있다.
생각이 떠오를 때 흐르는 전기 신호도,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화학 물질도, 숨을 쉴 때 움직이는 폐와 심장도 모두 이 세계 안에 있다. 내 몸을 이루는 원자와 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이 세상 또한 마찬가지다.
산과 바다, 공기와 빛, 바람과 소음, 별과 어둠까지—모두 에너지와 미립자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만약 나의 본질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이라면,
빛이나 진동, 파동 같은 것이라면,
그 현상이 ‘일어나는 바탕’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 역시 이 세계를 이루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와 미립자, 움직임과 관계, 끊임없는 변화.
우리는 흔히 언어로 세상을 나눈다.
몸과 마음, 나와 타인, 주체와 객체, 안과 밖.
마치 나무 막대기의 양 끝을 잡고 서로 완전히 다른 것처럼 다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 몸을 이루는 원자와 세상을 이루는 원자는 다르지 않다.
어제 내가 숨 쉬며 들이마신 공기는 이미 내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고,
내 피부에 닿은 햇빛은 나의 일부가 되었다가 다시 사라졌다.
마치 나무 막대기의 양 끝을 잡고 “이쪽은 이것, 저쪽은 저것”이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막대기 자체는 하나다. 끝이 다르다고 해서 본질이 둘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경계는 있지만, 그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흐릿하다.
빛과 어둠은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것일지도 모른다.
원자의 대부분은 비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단하다고 느낀다. 비어 있음과 채워짐은 반대가 아니라 같은 현상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영화<메트릭스> 속 이야기처럼 ‘세상이라는 거짓된 꿈’을 깨고
완전히 다른 현실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세계라는 가짜 꿈에서 깨어나 어딘가 ‘진짜 세계’로 나가야 하는 존재일까?
혹시 처음부터 이 세계가 바로 그 꿈이자 현실이고, 나뉘지 않은 하나의 장면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중요한 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장면을 더 선명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물려고 애쓰는 대신, 그 경계가 원래부터 흐릿했음을 알아차리는 것.
파도는 바다를 떠나 존재하지 않는다.
빛은 공간 없이 반짝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세계 없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 세계 안에 있고,
이 세계는 이미 나 안에 있다.
이를 생생하게 느끼며 살아야하는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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