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취향
나는 해피하고 잔잔한 힐링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름다운 주인공들이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 '시네마 천국' 이런 영화는 좋아하는데
영화 '인턴'은 안 좋아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좋다.
저명한 의사나 판사 또는 성공한 사업가들의 저서는 좀 당기지 않는다.
그들은 인생을 아름답게 명상하듯 본다. 인생은 극복할 만한 것이라 말한다.
배알이 꼴린다.
당신들은 그 길은 지나왔고 성공했으니 지금 자리에선 그렇게 보이겠지!
세계적으로 경제가 확장되고 무엇이든 성장하는 시기에 살던 당신들에게 그런 삶이 당연했고
그런 삶에서는 희망을 볼 수 있었겠지!
그걸 책으로 쓴다고??? 차라리 자기 계발서가 덜 짜증 나겠어!
이런 에세이는 여러 수정과 편집을 거쳐 가독성이 매우 좋은 것 같다. 내용보다도 그 전개와 흐름이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다. 나도 그런 깔끔하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햇빛은 찬란하지만 인생은 귀찮으니까요.'
책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기억했다. 내 눈의 안경으로 보는 세상을 좀 고약하게 생겼다. 자연은 위대하고 삶은 좀 덧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의주의자는 단지 좀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자라는데 나는 아직 인생이 많이 쓰다.
누아르 영화에서 희열을 느낀다. 비극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안도한다. 에세이의 인생조언은 거부감이 든다.
무언가를 겪고 시간이 지나면 좀 홀가분하고 강렬했던 기억은 조금씩 덜 격정적으로 느껴진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아니겠는가. 명들의 조언들이 어른들이 흔하게 하는 좋은 말 정도로 다가온다.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들의 나이에 따라 인생을 다르게 대하는 태도 차이들을 보여준다. 나이 지긋한 노인은 인생 고수의 면모를 모여주고 클래식의 장점을 알려준다
내가 속이 꼬여서인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맛이 달라서인지 부드럽고 은은한 맛보다는 짜고 신맛이 좋다. 인생 어느 부분에서 더럽게 힘들었는지. 어떤 사건으로 인생을 저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 언제 행복에 흠뻑 빠져 황홀했는지. 어떤 성공을 해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듣고 싶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아 그 상황이 참 힘들었지' 하는 이야기보다 화장실이 급한 사람의 처절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