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본질은?
강의를 하게 된 이후 청중들에게 마케팅에 대해 논하게 되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은 본질이 아닌 전술적인 방법들 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케팅이 도대체 무엇인가? 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논하는 수많은 마케팅 중 본질은 무엇일까? 그렇게 마케팅에 대해 공부하고 몰입하다 보니 우리가 그토록 마케팅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마케팅은 19세기 후반 혹은 20세기 초반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학문으로 등장했다. 물리적인 시장(market)에 현재 진행형인 동명사(~ing)가 붙어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기업 활동에 유리한 점들을 학자와 연구원들이 학문화 시켜 놓은 것이다. 먼저 그렇다 보니 갖가지 용어들이 이질적이다. Branding, Positioning, viral, SWOT, 4P MIX 등... 하나하나 해석하고 이해하기 벅찬 와중에도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방법들과 견해가 쏟아져 나온다. 마케팅 분야의 학술적인 연구를 보면 매우 복잡한 방법론으로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학문으로 다듬어진 마케팅은 일반화보다는 전문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진화하고 있는 것도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마케팅은 인간의 생애처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 인류의 변천과 흥망을 기록하는 역사와 같이 애초에 정복할 수 없는 산이었다는 의미 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이 세상에 없었던 90년대의 마케팅 방법들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현재의 마케팅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구시대의 관점이 오늘날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책을 찾아보고 검색을 해봐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을 꼭 배워야 하는 건가? 소위 성공한 창업자들이 전문적으로 마케팅을 배웠기 때문에 성공한 걸까? 혹은 돈이 많아서 비싼 비용을 들여 TV나 라디오 광고를 했기 때문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해서였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갖던 중 우연치 않게 나의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PC나 모바일을 통해 가족과의 식사, 친구와의 약속,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 수없이 많은 ‘맛집’을 검색한다. 그런 뒤 꼼꼼히 후기도 읽어보고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기대를 안고 인터넷에서 본 그 음식점을 방문한다. 실제로 방문해 보면 어떤 때는 정말 인터넷에서 본 그대로 혀끝으로 오감이 만족하는 경험을 하지만, 때론 기분이 상할 정도로 고개가 갸우뚱 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무엇을 근거로 맛집을 판단했을까? 일단 맛과 서비스가 대표적인 기준이 됐을 것이고 그곳의 분위기, 위생상태, 좌석, 소음 등이 부차적인 요소로 작용 했을 것이다. 즉, 만족을 주지 못했던 음식점은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차 고객이 줄어들게 되는데 문제는 고객이 줄어들게 된 원인을 광고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광고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계속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소문난 맛 집은 광고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는다.”
한때 많은 예능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이 있었다. 맛은 물론이고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이어졌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욕쟁이 할머니는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마케팅=광고’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리면 TV, 라디오, 블로그, 페이스북 등 이러한 방법으로 아무리 광고를 잘해도 한번 오는 고객은 있을지언정 두 번 찾는 고객은 없기 때문이다. 광고는 마케팅이라는 큰 범위 안에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개선시키는지 알려주는 수단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가끔 성공한 기업이나 상인을 소개해주는 TV프로그램을 보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열과 성을 쏟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있고, 그 철학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곳곳에서 차별점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남들이 하는 돈이 될 것 같은 일을 그대로 흉내 내며 인위적으로 차별점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신념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고객들로 하여금 차별점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은 기업 활동 그 자체이자 전부이며,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고 보아야 한다. 상당히 큰 범위라고 볼 수 있으나 간단하게 해석하면 ‘마케팅=가치+철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제품의 가치는 기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기본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에 힘들게 번 돈을 지불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사람들은 그 제품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기대한다. 그런 이유로 특별한 차별점을 만들어주는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수백만 가지에 이르는 엄청나게 많은 제품 속에서 여기서도, 저기서도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고객의 마음에 들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가치와 철학은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마케팅의 본질은 가치와 철학이다”라는 말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세상 모든 일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연결되어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