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거리가 있다.

일족일도의 거리와 삶의 거리

by 시혼

"회사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회사를 다니는 많은 어른들께 전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말을 개인의 의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을 하며 다니는 곳이 회사이고 사람 간의 관계는 나누면 나눌수록 돈독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관계가 짙어질수록 친밀감이 늘어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심리적으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필요에 의해서는 서로가 아닌 개인을 더 내세우면서 행동하는 모습들도 보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이 했던 말이 이런 의도 때문인지를 이해하게 되자 제가 갖고 있던 가치관과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방식이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얻게 된 것은 제가 하는 운동인 검도에서였습니다. 검도에서는 상대방과의 거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대와 어떤 거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대응해야 하는 방법이 다르고 거리를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빠르게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거리가 가까우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너무 가까운 거리는 칼을 사용하기에 올바른 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또, 내가 공격을 할 수 있는 거리는 상대방도 공격을 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내가 선점을 할 수 있는 거리를 상대보다 빠르게 찾아내야 합니다.


상대에게 한 발을 뻗어 가격할 수 있는 거리를 검도에서는 '일족일도의 거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 발을 상대보다 빠르게 내딛기만 한다면 검을 먼저 넣을 수 있고 반대로 말하면 발을 빠르게 거두어 검을 막을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물리적으로 상대에게 압박을 줄 수 있는 거리이다 보니 상대와의 심리전을 통해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래서 검도를 할 때, 저는 상대와의 거리를 보아야 함을 늘 강조합니다.

스크린샷 2025-05-24 오전 7.59.50.png 일족일도의 거리(출처 : 대한 검도회 교본)

상대와의 어느 정도 거리를 가져야 함은 모든 일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즈니스 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내가 상대와 상호작용을 가져야 할 경우, 그 거리는 매우 멀어서는 안 되고 또 매우 가까워서도 안됩니다. 매우 멀다면 상대는 나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테고 또 너무 가깝다면 상대는 나에게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에 대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됩니다. 검도에서도 상대와 대련을 진행할 때, 어떤 상대이냐와 어떤 순간이냐에 따라서 변칙적으로 칼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칼을 뻗어 한 판을 얻어내야 하는 게 맞지만 빠르게 칼을 내던지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그 전략이 통하지 않습니다. 다른 전략을 써가면서 상대의 빈틈을 얻어내야 하는 것처럼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혼용해 가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달리 말한다면 상대와의 모든 순간을 거리를 가지고 행동하라가 아닙니다. 거리를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거리가 한없이 가까워도 괜찮은 일이 있는 것처럼 그 차이를 내가 인지하고 행동해야 상대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 가지 기준이 아닌 여러 기준에 맞춰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거리를 가져가며 전략을 세워야 하듯, 누군가에게 가까운 거리는 누군가에게는 멀 수 있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가깝게 가야 하나 어떤 일에 대해서는 멀리 해야 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이런 식으로 답을 할 것입니다.

그 사람과 그 일에 맞는 방식을 내가 찾아 대응해야 한다고요. 그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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