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의미

매 순간이 수련입니다.

by 시혼

검도를 배울 때, 많이들 오인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죽도로 상대를 가격하는 운동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득점 부위를 가격하는 운동은 맞습니다. 하지만 검도의 본질은 검으로 상대방을 베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죽도를 칼이라고 가정했을 때, 상대의 가격 부위에만 멈추는 것이 아닌 그 부위를 베어낼 수 있을 정도의 궤적을 그려야만 충분히 힘이 실린 검의 형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초심자의 경우는 이런 내용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저 배우는대로만 열심히 했을 뿐이고 검이라는 상상을 하며 휘둘러봤을 뿐입니다. 단이 올라가면서도 그 상상은 그저 상상에만 맡겼을 뿐, 실제로 검을 휘두르는 것을 어떻게 해야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나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검도의 본이나 본국검법과 같은 류의 검법을 익혀가고 조선세법을 알아가고 제정거합을 배우면서 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점점 배워가면서 검을 단순히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남이 아닌 나에 대해 집중하며 검을 휘두를 때, 검이 바르게 지나갈 때, 들리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점점 귀에 들릴만큼 선명해갈 때쯤 잡념을 없애며 머리를 비우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알게 된 듯했습니다.

강호검도관-전체 사진-61372647740.jpg 출처 : 강호검도관

검을 휘두르는 것은 단순히 수련의 목적으로서 휘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목적을 가지고 수련하지 않는다면 100번을 휘두르던 1000번을 휘두르던 그 검은 목적 없이 몸을 지치게 하는 검일뿐입니다. 단 10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목적을 가지고 휘둘러야 나에게 도움이 됩니다. 목적이 있는 형태에서는 나에게 집중하며 각 순간순간을 세밀하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에도 몸과 검을 쥐고 있는 자세, 그리고 휘두르는 순간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서 보기 때문에 각 순간에 대한 내 모습에 집중할 수 있어 큰 효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목적이 있는 형태가 아닌 단순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형태의 수련이 되어버린다면 기초 체력을 향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제대로 된 검을 쓰는 부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올바르지 않은 형태의 검을 휘두르는 자세가 습관으로 배어버릴 수 있어 열심히 함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대로 된 목적을 갖추지 않은 검의 수련은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적 없는 형태의 행동은 나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듯이 저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목적을 충분히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해야겠어, 나는 이런 것을 꼭 만들어낼 거야와 같은 확실한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행동한다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이 더 많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 없이 앉아서 10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보다 집중하며 1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이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중하지 않은 형태의 일은 제대로 된 형태의 검을 휘두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은 지나가지만 만들고자 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습관 자체가 몸에 배어버릴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일을 하는 매 순간 들은 검도에서 내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순간들을 올바르게 활용하며 행동해야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형태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검을 휘두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바른 검의 형태로 가고 싶다면 바른 검에 집중하며 바라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형태의 모습을 볼 테니까요. 그리고 그 질문을 점점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내 모습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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