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전진을 멈추면 그 자리에서 뒤로 갈 뿐입니다.

정지는 정지가 아닙니다.

by 시혼

내 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들과 대련을 하는 과정이 점점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보다 고단자 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자주 나오시는 분들과의 대련이 점점 익숙해지자 사람들의 패턴이 보여 체력과 칼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체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갖게 되자 새로운 사람이나 대련하기가 버거운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고 싶어 졌습니다. 잔뜩 긴장한 형태로 칼을 휘두르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내가 내 칼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사람과의 대련은 나의 부족함을 더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공부하여 알게 되듯이 어려운 상대와의 대련을 통해 내 부족함을 채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몸은 정직했습니다. 한 대 더 맞는 것이 싫었고 내가 무력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편한 상대와의 대련을 고수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계속되자 제 움직임이 더뎌지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동작으로 바르고 곧게 쓰는 칼을 좋아하던 저의 몸은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져 4단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의 몸동작을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편한 것만 추구하다 보니 올바른 동작으로 몸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칼도 정중앙이 아닌 상태로 나아가는 등 제가 알려드리는 분들이 제 몸동작을 보면 갸우뚱할 정도의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성장했던 상태의 제 실력은 편한 동작만을 하다 보니 결국 쇠퇴하게 된 것입니다.

pexels-prabin-sunar-1117977638-20825886.jpg 인생은 비탈길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간혹 착각합니다. 내가 가지게 된 자격들이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이도 항상 제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실력은 위로 올라가기만 할 뿐, 뒤로 가지 않는다는 착각을 합니다. 검도를 할 때에도 너무 오래간만에 나오시는 분들께서 자신의 단이 더 높다는 이유로 단이 낮은 후배분들께 조언 아닌 조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동작은 그 조언을 할만한 사람의 동작이 아니기에 모순적인 행동이 됩니다. 우리가 모범을 보이지 않는 스승의 가르침을 신뢰하지 않듯이 내가 올바르지 않은 동작을 보이며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려 한다면 그건 상대방에게 나를 얕보이게 하는 것과 같은 행동입니다.


사람의 실력은 다듬지 않으면 뒤로 갈 뿐입니다. 체력도 운동하지 않으면 더 떨어지게 되고 지식도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듯이 사람의 모든 능력은 제 자리에 멈춰서 있지 않습니다. 정지는 결국 쇠퇴를 부를 뿐, 그 자리에 가만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고 자신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을 더 노력합니다.


직장생활이나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나의 경력을 계속 인정받고 싶다면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행동이나 활동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 필수적인 활동은 내가 더 높은 자리를 원하면 원할수록 더 많은 수의 활동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 노력해야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그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먹해지고 뜸해져 점점 관계가 끊어지게 되듯이 말입니다.




사람의 삶을 길로 묘사하면 비탈길 위에 있는 형태 같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앞으로 가야 올라갈 수 있고 멈추면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뒤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노력하는 것이고 노력하기를 멈추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 뒤로 간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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