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모른다고 하세요.
저는 검도의 시합 참가를 두려워했던 사람입니다. 만약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고단자라 불리는 내 실력을 의심하거나 폄하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무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런 저의 성향에 저도 늘 진절머리가 났고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는 생각에 저를 파보았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생각의 끝에 나온 결론은 저는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경기에 패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이 상대방보다 부족했다고 공개적으로 보이는 자리이고 저는 그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제 실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패했을 때 나 자신이 느끼게 될 부끄러움이 싫었습니다. 나는 충분한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심자분들께 검도에 대해 알려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패하는 모습을 그들이 본다면 나의 지도 자체가 부정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검도에 대한 이야기지만 살아가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일에 대해 의견 충돌이 발생해 서로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으려는 모습이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서로가 제안하며 자신의 말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 등이 그렇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다 알고 있다며 인정하지 않기도 하고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에 갈등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내가 패한 것이 정말 잘못된 일일까요? 저는 이 관점을 더 깊이 파보았습니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바로 그 경기에서의 찰나가 상대방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보다 체력이 부족해서 이거나 칼을 더 멀리 뻗지 못했거나 몸이 더 나아가지 못했거나 순간에 대해 반응이 느렸거나 등등, 그 결과는 원인이 명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합니다. 채우기 위해서는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이 부분이 부족해서 이 결과를 받았구나 라구요.
결과는 명확합니다. 당시의 나는 상대방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진 것입니다. 만약 내가 상대방보다 잘했다면 상대에게 이겼을 것입니다. 승패란 시험과도 같은 것입니다. 시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확인하며 나의 부족함을 인지하는 것처럼 시합에서의 승패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상대방보다 부족했을 뿐입니다. 몸이 안 좋거나 장비가 좋지 않아서, 바닥이 미끄러워서 등에 대한 이유로 핑계를 댈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내가 부족했을 뿐이고 나는 그 부족함을 인정하면 됩니다. 시험을 통해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듯이 승패도 결국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되는 계기이니 말입니다.
승패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 모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제일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뭐든지 다 안다고 하는 사람에 비해 습득과 발전이 빠릅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조차 무시하게 되니 계속 제 자리에 있거나 혹은 더 쇠퇴하게 될 뿐입니다.
그래서 발전을 원한다면 자신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고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를 바라봐야 합니다. 패배는 순간일 뿐, 그 순간이 영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이 중요한 법이니까요.
지는 것, 모르는 것,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일들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더 잘 받아들이고 나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상대와의 논쟁이나 면접, 시험 등에서의 실패는 내가 다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나를 보완해야 합니다. 만약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좋아질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디딤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도약할 기회를 버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