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중심, 또 중심

한 판을 얻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by 시혼

제가 검도를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입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하고 싶기보다는 집에서 강해져야 한다며 시작했던 타인에 의한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검도는 저에겐 운동의 개념을 벗어난 형태가 되었습니다. 검도를 통해 마음의 단련까지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도는 제 삶에서 제일 중요한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데에는 중심이라는 단어가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본디 하나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은 검도를 시작할 때 제일 많이 듣게 되는 조언입니다. 초심자분들은 대부분 중심을 잡아야 한다라고 하면 칼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중심을 맞춰야 하는 것은 오로지 칼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울을 보며 내 칼이 얼마나 흐트러졌는지를 확인하며 연습을 하게 됩니다.


칼의 운용이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몸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몸의 모든 역할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합니다. 기검체일치라는 말에서 언급했듯 칼과 몸을 지탱하는 발, 그리고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허리가 흔들리지 않은 채 공격의 대상을 향해 뛰어들어야 합니다.


검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심을 잡는 칼이 되어야 올바른 칼을 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을 휘두를 때, 검이 베어내야 하는 길을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지나가게 해야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만약 그 휘두름이 흔들리는 형태가 되어버리면 칼은 아무리 휘둘러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 소리를 내기 위해 칼을 빠르고 강하게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휘둘러도 소리가 나기는 하지만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빠르게 휘두르면 그 가는 길 자체가 올곧게 갈 수 있어서 소리가 난 것뿐이지, 천천히 휘둘러도 그 길만 올곧게 갈 수 있다면 소리는 동일하게 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칼이 흐트러지지 않게 몸으로 중심을 잘 잡아주어야만 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잘 숙지한다면 중심이 잘 잡힌 칼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검도에서는 중심이라는 단어를 수련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듣게 됩니다. 중심은 검도의 모든 동작의 기초가 되면서 근원이 되는 동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도의 중단 자세를 맨 처음 배우게 됩니다. 그 중단을 이해해야 나머지 동작들을 적절히 응용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그 중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수련해도 검도의 수련이 버겁게만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제대로 된 힘의 운용을 하지 못하니 몸의 근육을 잘못 사용하게 되고 육체적 피로가 정신적 피로마저 수반할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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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수련을 통해 중심이라는 의미를 계속 바라보면 아마 여러 생각이 들게 될 것입니다. 중심을 잡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내 몸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음도 알게 됩니다. 올바르고 정확한 동작을 위해서는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야 하며 육체와 정신 또한 집중된 형태로 협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두에게 올바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기관의 운영이 소홀했다면 내 몸의 다른 기관에 힘의 부하가 가게 될 것이고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조직에서 업무 가중이 늘어나게 될 경우, 번아웃이 오는 것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게 해야 하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적절한 협업을 수행해야 조직 전체에 대해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룰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중심을 잘 잡아줘야만 합니다. 조직의 중심, 프로젝트의 중심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중심들을 잘 잡아야 조직 전체가 적극적이 되고 단합하여 제대로 된 한 판을 얻어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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