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한다는 것

글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by 시혼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향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향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하고 필요 이상의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부러웠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늘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많은 사람들 앞에 섰지만 늘 긴장감은 거세게 치달아 올랐고 이렇게 말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머리는 늘 하얗게 돼버리기 일 수였습니다.

당당하게 서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말을 잘해야 했지만 그 당시의 저는 방법을 몰랐고 비슷한 실수에 늘 같은 실망을 받았을 뿐이었습니다.


내가 말할 것들을 수시로 외우고 준비를 해도 긴장감이라는 벽이 내가 준비한 것들을 볼 수 없게 해 버린 적이 많았습니다. 수려하게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늘 어떻게든 뭐라도 이야기해 라면서 발표 자료 속 스크립트를 읽는 형태로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료가 없을 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횡설수설하며 이야기를 끝낼 때도 있었습니다.

늘 그럴 때마다 공통적인 부분은 생각해 놓은 글자가 머릿속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말할 문장이 떠오르면 그 문장을 보며 이야기하면 될 텐데, 긴장감 때문인지 그전에는 잘 보이던 것들이 늘 중요한 순간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성향을 이겨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연습을 해본 다던지, 아니면 더 철저하게 스크립트를 외운다던지, 소리를 내어 읽는다던지 등의 방법들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그다지 좋은 효과를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제 생각을 잘 표현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제가 글쓰기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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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말을 한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나 학습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베일에 쌓여 있는 부분을 들춰내고 확인하면 될 뿐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써가며 제 생각을 확인하는 방법을 가졌고 생각을 보며 정리하는 습관이 점점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글은 빈 공간을 채우는 작업입니다. 글을 쓸 때는 늘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타자를 쳐서 글자를 만들거나 빈 종이에 글씨를 써갈 때마다 채워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머리의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발표를 할 때마다 머릿속에 있는 문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글을 쓸 때는 내가 이런 말을 하려고 했구나를 느끼면서 그 뒤에 있는 문장이 함께 따라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가 말을 할 때, 어디가 막히는 부분인지를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눈으로 확인해 가며 쓰는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내가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의해 글쓰기를 맞이하게 되었다면 지금의 저는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글쓰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마음이 복잡하거나 하시다면 내가 무슨 생각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떨지 추천드려 봅니다. 써가면서 점점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복잡한 부분이 해소되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금요일,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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