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싸움을 하는 이유
검도에서의 대련은 상대와 일대일로 겨루며 자신의 기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련 방법입니다. 다양한 상대와 검을 겨뤄보며 상대에 대한 유연성과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림에도 이를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련이라는 과정을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시합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대련을 진행할 때는 수련의 느낌이 아닌 내가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려옵니다. 칼을 서로 맞부딪히면서 서로를 파악하려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 그저 강한 기세만을 몰아붙이려 함이 전달됩니다.
도장에서 어느 정도 단이 올라간 상태에서 대련을 배울 때는 처음 시작 시 중단 싸움을 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처음 대련을 배울 때는 눈앞의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점차 고단자가 되면서 바라봐야 하는 시각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단 싸움은 두 사람이 죽도를 맞닿은 서로가 중단 자세를 취하고 거리를 조정하며 상대의 검을 제압하려 하는 중단 싸움을 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검도 교본에 따르면 서로가 취하는 중단은 다음과 같은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단세는 모든 자세의 기초가 되는 자세로 공격과 방어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중단세는 기술과 직결되어 있고, 기술은 자세로 귀결된다. 중단세는 연령, 스타일, 검도의 이해 정도, 정신자세, 의지, 검력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상대나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단세를 보면 그 사람의 검도 스타일을 알 수 있고, 검도 수련의 지향점을 알 수 있으며, 그 사람의 품성 또한 알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중단싸움은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내가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을 이길 것이다, 가 아닌 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수련을 돕고 건강한 대련을 펼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대화하지 않는 사람과의 동행은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 사람과의 대화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같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곤혹스럽고 힘들 것입니다. 이 사람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맞춰가는 형태가 아닌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만 하는 상태라면 조금만 써도 되는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당연히 즐겁기보다는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에 맞춰 반응하는 양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말은 대화가 아닌 통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들어주는 것과 그에 맞춰 반응하는 부분이 함께 있어야 상대방은 내 말을 듣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되어 더 소모될 수 있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대화를 하는 일은 서로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검도에서의 대화는 대련에서의 칼의 맞닿음, 중단싸움입니다. 중단싸움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검을 움직일 때, 상대는 내 움직임을 읽으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에 맞춰 또 다른 행동을 하려 합니다. 나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행동과 반응이 반복해서 발생되는 과정 자체가 저는 대화라고 느껴집니다. 말이 오고 가지는 않지만 상대의 의도를 읽으려고 칼을 맞부딪히며 움직이는 과정이 마치 말을 주고받는 것과 같아 검으로 하는 대화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상대를 존중한다는 느낌도 전해받을 수 있어 매번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나의 말을 들어주려 한다는 것은 달리 보면 나를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무시한다면 이야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겠지만 존중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말을 듣고 그에 대해 반응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존중받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어 긍정적인 기분이 전달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대화는 서로가 즐거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검도를 할 때, 늘 중단싸움을 통해 상대의 의사를 파악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듯이 일상생활에서도 대화를 통해 내 기분을 더 좋게 하는 과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대련이 끝나고 기분 좋음을 가져가는 것처럼 서로의 대화를 잘 마무리하고 기분 좋음을 가져가는 일들을 더 키워가야겠습니다. 그 과정이 힘들다 하더라도 결국 내가 즐거우면 내가 좋은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