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나

영화 <어느 가족> 시사회 후기

by 우리살람

1. '고레에타 히로카츠'의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것은 4년 전 즈음 씨네큐브에서 처음 예술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였다. 그때 처음 본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병원의 실수로 주인공의 아들이 출산 후 다른 가족의 아이와 뒤바뀌게 된 스토리의 영화였다. 주인공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끌어 가고 있는 건축가였지만 일에 미쳐 살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서 그에게 진짜 아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진정으로 아들을 사랑하게 되었더라는 영화였다. <어느 가족>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처럼 가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더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유리'라는 아이의 유괴(?)로 스토리가 좀 더 역동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연출을 보여준 영화라고 보인다.


2. 가족 영화라는 꼬리표에 맞게 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힘은 단연코 '유리'와 '쇼타'라는 캐릭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두 캐릭터 모두 진짜 가족에서 나와 이 가짜 가족에서 가짜 부모와 함께 살아간다. 특히 유리의 부모는 유리를 찾으려 하지도 않고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에서 성숙한 해결보다는 폭력과 유기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 가짜 부모는 대화와 재미진 장난, 때로는 까칠해 보이는 관심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추운 날 쇼타와 가짜 아빠 '오사무'는 고로케를 사서 가다가 베란다에서 떨고 있는 유리를 발견하게 되고, 이어 집에 데리고 오게 된다. 료타는 새로운 가족원에 불쾌해했고 유리를 동생이 아니라고 유리 앞에서 부정해버린다. 가짜 아빠 오사무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발을 끌고 자신만의 아지트에 숨은 쇼타에게 가서 장난으로 금방 료타의 마음을 달랜다. 가짜 아버지지만 자녀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아버지다.


이내 유리와 쇼타는 서로 한 팀을 이루어 도둑질을 하게 되는데 이 케미를 보는 재미가 영화 내내 쏠쏠하다.

36086053_2151132541788779_3857565709156483072_n.jpg?ig_cache_key=MTgxNzE5MTE4NzA4NDA4OTA3NQ%3D%3D.2 유리, 출처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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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그 포인트이자 킬링 포인트: 워크 쉐어!

가족 간의 문제만 다루는 것 같지만 스토리 중간중간에 일본의 노동시장의 문제도 보여준다. 정규직인 남편의 동료를 보고 좋겠다고 하는 장면, 비정규직 신세에 대한 한탄, 그리고 이 문제를 가장 적나라게 보여주는 캐릭터는 가짜 엄마 '노부요'다. 감독은 노부유가 어떻게 일자리를 잃어가는지 천천히 보여준고 있는데, 먼저 일하는 시간이 줄고, 그다음이 해고다.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일하러 가지 않는 노부요에게 남편 오사무는 왜 일하러 가지 않냐고 묻는다. 그리고 노뷰요는 '워크 쉐어'라는 단어와 함께 오후에만 일을 하게 되었다고 알려준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형편을 볼 때 돈이 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좀 더 쉬게 된 노뷰요다.

그리고 이걸 남편 오사무는 배워서 써먹는다. 집으로 데려온 어린 유리에게도 도둑질에 동참하게 하고, 이를 보고 화가 난 쇼타가 짜증을 내자 오사무는 '워크쉐어'라며 모든 사람이 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고 한다. 도둑질에도 워크 쉐어라니! 재화 생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반경제적 활동에 워크쉐어라는 단어는 모순적이다. 마치 실제의 워크쉐어가 일자리 나눔이라는 미명 하에 피고용인의 고용상태가 위태로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처럼 말이다.


4. 각자 사연이 담긴 캐릭터들. 그리고 결말에서 풀리는 떡밥들.

이런 가짜 부모와 가짜 자식의 관계가 아닌 할머니와 손녀?(아키)의 관계,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감상할 수 있는 대목이 많이 보인다. 이 관계들은 영화가 중후반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관계다. 히로카츠 감독은 부모-자녀의 관계에 대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고찰한 적이 있었고, 이번 영화에서도 가짜 부모-가짜 자녀 관계에서 이를 다시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가족이 범위가 어떻게 확장되어서 어떤 관계를 가지는 지도 조명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영화를 보고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봉도 안 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5. 그리고 원작의 제목 <범죄 가족>

한국에서 상영되면서 올린 영화의 제목은 <어느 가족>이다. '어느'라는 지시대명사를 통해 이 영화에 나오는 가족이 별다른 가족과 다를 바 없다는 가족의 평범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원작의 제목은 <범죄 가족>이라고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누가 우러러보는 직장을 가진 것도,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유리의 여름옷 장만을 위해 온 가족이 마트에 가서 도둑질을 하는 장면을 보면, 떳떳하게 물건을 살 수 없는 경제력을 가진 가족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세상이 정해놓은 좋은 것들에 대해 당당하다. 좋은 부모, 좋은 가족이라고 세상이 정해 놓은 것에 대해 당당하게 거부할 줄도 안다. 특히나 아키가 가진 유사성매매업소의 일을 할머니 '하츠메'가 좋은 일이라고 치켜세워주는 장면은 우리가 세워놓은 좋은 것들에 대해 조금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범죄 가족의 결말은 그들의 범죄가 발각되면서 끝이 난다. 하지만 그리고 그들은 세상이 정해놓은 법과 규율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좋은 것들도, 안 좋은 것도 제자리로 돌아간다. 더 이상 가짜로 이어진 가족은 무너지고 행복하게 지냈던 추억만이 남는다. 되돌아 갈 수 없음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다시 유리는 베란다에서 혼자서 놀게 된다. 그들이 누렸던 거짓은 현실이 배반할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되고 영화는 막이 내린다.

7월 26일 목요일에 개봉이라고 한다. 요즘 가족에 대해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 영화가 적은데 아주 단비 같은 영화다. 고로케와 라무네를 들고 꼭 들고 들어가길 추천한다.(안 들고가면 영화보면서 조금 후회하실 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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