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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Apr 13. 2021

[수필] 자연에게 봄을 사람으로서 봄

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자연에게 ‘봄’


  인터넷에 봄을 검색해보면 자연에게 해당되는 봄이 나오게 된다. 사전에는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1년을 4계절로 나눌 때 첫 번째 계절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까지가 봄이지만 기상학적으로는 3, 4, 5월을 봄이라 한다.’라고 나와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 4, 5월을 봄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환경의 변화이다. 우선 날이 따뜻해진다. 기온이 올라가고, 눈은 비로 바뀌기 시작한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서 식물들이 씨를 퍼뜨리고, 싹이 나며, 꽃도 피기 시작한다. 동물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서 보이는 큰 이미지를 두 개로 나눠서 사람들에게, 혹은 나에게 봄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생각해 봤다.



사람에게 ‘봄’


  따뜻한 봄: 날이 따뜻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봄을 떠올리면 ‘따뜻한 봄’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따뜻한 봄을 생각하면 먼저 감정과 연결이 된다. 실제로 봄만 되면 차고 넘치는 게 사랑과 연애에 관한 산뜻한 노래들이고, 핑크빛 상품과 마케팅들이 사방에 널린다. 나도 따뜻한 봄이라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이 있다. 스페인에 있을 당시 전 여자 친구와 꽃을 보러 가서 사진을 찍었다. 나만 나온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는데도 동기들은 나에게 진짜 꽃이 피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봄이라는 주제를 생각했을 때 떠올랐다. 여기서 짚어볼 만한 것은 단순히 썸을 타고, 연애를 한다고 해서 봄이 오는 건 아니다. 친구가 연애를 시작했다고 말을 했을 때 내 마음속에 봄이라는 말은 안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진짜 봄이 오기 위해서는 그 연애를 한다는 상태라기보다는 풋풋하고, 행복한 그 모습이 보일 때라고 느껴진다. 조금 더 이미지 적이고, 감정적인 것. 그렇다면 사람에게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연애라기보다는 그만큼의 풋풋하고, 행복하고, 따뜻한 모든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애는 단순히 그 모습이 가장 두드러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다들 연애를 먼저 떠올린다.


  새롭게 시작하는 봄: 봄이 되면 식물들이 씨를 퍼뜨리고, 싹이 나며, 꽃도 피기 시작한다. 동물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든 동식물들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느낌이 들면서도 모두가 알록달록 이쁘게 어우러져 그 모습을 뽐낸다. 학생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자연의 봄과 함께한다. 매년 3월에 학기가 시작되고 여름과 겨울이 되면 방학을 맞이한다. 학생들에게는 3월이 봄의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면서부터 봄은 조금씩 더디게 찾아온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봄이 올 겨를은 없다. 알바도 해야 하고 자격증 시험에, 취업 준비까지.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은 봄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정형화된 회사 생활 속에서 봄은 점점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매년 나의 봄을 세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해본다는 것은 너무 무거운 느낌이니, 나의 봄을 찾고 세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분명 자연의 봄이 주기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오는 이유가 있을 테다. 어느 한 계절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자연에도 문제가 생기듯이, 사람에게도 항상 환기가 필요하며 주기적으로 봄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모든 새로운 시작을 봄이라고 생각하고, 매년 나의 봄은 몇 번이나 왔는지 보면 내가 그 한 해 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역설적인 시작의 봄: 어쩌면 우리는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사람에게 봄’ 중, ‘새롭게 시작하는 봄’의 의미로 봄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봄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보라고 하면 아마 절반 이상은 ‘시작’이라는 이미지를 그릴 것이다. ‘자연의 봄’ 관점에서. 그런데 실제로 3월이 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보통 사람의 주변 환경이 변함에 따라서 새해나, 새로운 시작이 있을 때에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즉,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의 봄’을 ‘사람의 봄’으로 대조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자연의 봄’은 새로운 시작이지만, ‘자연의 봄’과 맞춰서 행동하는 우리는 그 시기에 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만의 봄을 찾으려고 더 의식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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