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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May 07. 2022

비염으로 새벽을 지새우는 사람

잠에 들기 무서운 날

감기에서 시작된 후천성 비염

저는 후천성 비염을 앓고 있어요. 일교차가 크고 날이 추워질 때면 비염은 잠자리를 더욱 심하게 괴롭히곤 합니다. 아주아주 어렸을 적은 비염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운동을 많이 하고 활동량이 많아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비염이 생긴 느낌입니다. 가만히 숨을 쉬고 있으면 주변에서 친구들이 자는 줄 알았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비염이 심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저는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안 가다가 비염이 되어버렸다는 저만의 시나리오를 사실처럼 말합니다.


보통은 비염이 심해지면서 목이 아파져 오고, 그때 목 관리를 열심히 안 해주면 곧바로 심한 몸살이나 감기로 이어져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목이 아픈 날에는 아침부터 열심히 따뜻한 물을 마신답니다.


22년 1월 말에는 학교 일정 때문에 약 일주일간 스페인에 다녀올 일이 있었어요. 다행히도 코로나로부터 몸을 지켜내며 무사히 여행을 다녀왔는데, 한국에 온 뒤 이틀 후 아침에 목이 죽을 듯이 아프더군요. 따뜻한 물로는 목에 난 불을 끌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이번에는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비염 얘기를 하려고 해요.


스페인에서의 10일

저는 스페인 대학교의 국제과정을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외국 친구들과 대학을 다니며 올해가 4년이 되는 해입니다. 코로나로 각 나라에 퍼져있던 우리는 2021년을 함께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고자 2022년 1월 23일에 한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향합니다.


우리가 모이기로 한 지역은 바다호스로 직항 비행기가 없습니다. 이에 마드리드 친구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네 명이 차를 타고 4~5시간을 향해 도착했습니다. 친구의 별장 같은 곳은 아주 넓은 들판에 속에 있었는데 더욱이 코시국에는 꿈만 같은 장소였습니다. 이곳에서 약 3일간 같은 기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문제는 집이 오래된 큰 저택이라서 난방 시설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방은 7~8개 정도 있는데 라디에이터는 2개밖에 없었다는…. 애들과 실랑이하기 싫어서 라디에이터는 신경도 안 썼습니다. 긴팔 긴바지 잠옷을 입고 침낭에 들어간 후 이불을 덮어야만 잘만 하더라고요. 하루 이틀이 지나자 코감기에 걸린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났지만 강한 면역력을 가진 저는 다행히도 무사히 잘 마치고 마드리드로 돌아왔습니다. 마드리드에서는 3~4일 정도 여행을 하다가 2월 2일 한국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입국과 코로나 PCR 검사

입국 당일에는 시간이 늦어서 바로 집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PCR 검사를 받고 옵니다. 이 시기부터 자가항원 검사가 생기면서 줄이 막 복잡해졌는데 다행히도 20분 정도만 기다리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출국하기 전에도 PCR을 받았었는데 역시 검사 전에는 항상 떨리더라고요. 코로나 검사를 받은 날 저녁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문제는 다음날 일어나면서부터 시작했어요.


비염으로 새벽을 지새우는 나날들

아침에 일어나며 기분 좋게 음성 판정 문자를 확인하고는 바로 목과 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코는 숨을 못 쉴 정도로 꽉 막히고 그 때문에 목도 많이 아팠어요. 아침부터 열심히 뜨거운 물을 마시고 코도 풀어내고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여전히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잘 시간이 되자 잠들기가 무서웠어요. 코는 이리 막히고, 자고 나면 목은 더 아파질 텐데…. 정말 밤을 새워서라도 입으로 숨을 쉬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면역력은 또 잠과 연결되어있기에 불편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프기 시작한 이튿날이 제일 목 아픔이 심했던 것 같아요.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물을 마시는데도 목이 계속 아프더라고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코를 풀면 무지막지하게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도 잠시고 다시 꽉 막히는 하루가 반복이었어요. 불안한 마음에 자가 검진 키트도 해보았지만 음성 판정이 이리도 마음에 안 들 수가…. 차라리 코로나에 걸렸다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넘길 텐데 그냥 비염이, 감기가 이렇게 심하게 오니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그렇게 자가격리 기간 내내 코감기와 목감기에 고생하면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가족의 노력 덕분에 조금씩 나아졌고,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 받은 PCR 검사에서도 음성! 을 받아냈습니다.


비염으로 새벽을 지새우는 친구를 구합니다

그래도 제 비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향을 맡아서 코를 뚫어주는 것도 한두 번 써보고 식염수도 사서 써보고 했는데 그 순간만 나아져서 너무 지긋지긋했습니다. 결국에는 거의 처음으로 비염으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평소에도 비염은 달고 다니던 터라 병원은 갈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낫고 싶다는 마음에 찾아갔고 다행히 1~2주 후에는 본연의 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저의 '새벽 친구를 구합니다' 시리즈의 첫 글인데요, 새벽에 이처럼 잠들기 싫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새벽을 함께 지새우고 싶었습니다. 아프면 더 서러우니 이번에는 그 서러움을 나누고 싶었지요.


지금은 무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루 날씨에 따라 제 비염은 주변을 맴돈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비염 얘기로 새벽을 지새우는 친구를 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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