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24]
꽤 찬바람이 부는 밤 10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카페 문을 닫는 시간이라길래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오려고 했다. 우리가 한국인인 걸 알아챈 주인 아저씨가 갑자기 물었다.
"한국말로 'Good Night'이 뭐야?"
"음...'잘 자요'라고 해요."
"'쟐 쟤요우~!' 이렇게?"
"ㅋㅋㅋㅋㅋ그게뭐얔ㅋㅋㅋㅋ"
여행은 사람을 배우는 입장으로 만든다. 낯선 곳을 다니다 보면 주위엔 온통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래서 항상 물어봐야 한다. 물어보기 어려우면 어깨너머로 보면서 배워야 한다. 때론 흥미로워서, 또 때론 말그대로 살기 위해서.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집같은 곳에서의 배움이 보잘 것 없어지는 순간.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소한 거라도 배운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깨닫게 된다.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 맛있고 저렴한 현지식은 어디로 가야 먹을 수 있는지를 배우고,
'고맙다'는 말이 힌디어로 '단야밧'이라는 걸 배우고,
가난한 여행자 돈을 더 떼먹으려는 릭샤왈라들과 흥정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미친 개와 마주쳤을 때 등을 보이고 달아나면 더 위험하다는 사실도 배우고,
어떻게 낙타를 타면 조금이나마 엉덩이가 덜 아픈지를 배우고,
엄청나게 큰 새우를 까서 내장까지 발라먹는 법을 배우고,
색색의 실로 단순하지만 이쁜 팔찌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배우고,
두 시간동안 가만히 앉아 헝겊에 세밀화 그리는 법을 배우고,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눈을 보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별을 볼 때 파도소리와 함께 어떤 노래를 들으면 좋은지를 배우고,
사람을 새로 만나서 잘 지내고,
충분히 행복해지고, 누군가를 또 행복하게 만들고,
적절히 아쉬움을 남긴 채 이별하는 법을 배워간다.
여행을 다녀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피부로 느끼면서 매일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카페 주인 아저씨는 'Good Night' 말고도 'See You Again', 'Good Morning'이라는 표현의 한국말 발음을 물어봤다. 나는 이왕 가르쳐줄 거 외우기 편하도록 노트에 직접 알파벳으로 발음을 써줬다.
'Jal Ja Yo!(잘 자요!)'
'Tto Va Yo!(또 봐요!)'
'Jo Heun Achim!(좋은 아침!)'
지금 우리에게 할 인삿말과 함께, 내일 아침에 만날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아침'이라는 인삿말까지 미리 배워 놓는 아저씨의 마음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메리카노보다 따뜻했다.
오늘 밤에는 내일 아침을 환하게 맞는 그 마음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