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수 May 21. 2019

조금만 더 있을래요

[세계여행 Day 43]


 나머지 인도 일정을 전부 포기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남은 기간동안 바라나시에 계속 눌러 앉아있기로 했거든요.


 내가 나인 채로 꽤 괜찮은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들게 만드는 곳.
 낭만을 찾는 일이 지극히 평범한 하루 일과가 되어버리는 곳.
 마음을 굳이 두려하지 않아도 자꾸 두게 되고, 내가 왜 이러는지도 도무지 모르겠는 곳.
 14살 아이가 "그게 인생의 진리지"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곳.
 그리고 여행을 나와서 제일 많은 눈물을 흘렸던 곳.



 그런 곳에 가게 된다면 당신도 분명히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가트에 앉아서 갠지스강을 바라보다 나에게 말없이 다가온 어떤 맨발의 아이와 들개와 친구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벅차고 두근거려요.
 해질녘 붉은 갠지스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수많은 연과 그 연을 날리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구요.
 밤마다 별과 인공위성을, 어린왕자와 바오밥나무를, 좋아하는 글과 책을, 풍경을, 사람을,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행복한 일이에요.


 당분간 나에겐 바라나시가 좋은 안식처가 될 듯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장(火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