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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야 Nov 08. 2021

영화 <이터널스> 리뷰

*해당 글은 <이터널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신 뒤 읽으시길 바랍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현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확장된 세계관은 그 스케일이 중요해진 만큼, 이에 대한 설득 역시 중요할 것이다. 더 많은 영웅들의 등장이 불가피하고 이들의 힘 역시 확장되기에 무분별한 액션의 향연 등 단순히 ‘장르적인 접근’은 한 작품뿐 아니라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이며, 그만큼 등장인물들 사이의 외적·내적 갈등에 대한 설득도 필수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터널스> 역시 그 발판을 위한 작품이기에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중심이 되는 한 두 명의 히어로가 아닌, 처음부터 팀으로 시작된 ‘히어로 집단’이라는 점에서 해당 작품만의 특징을 갖기에 그만큼 관객의 기대가 증폭됐으리라. 뿐만 아니라 예고편에서도 볼 수 있듯, 역사의 일부 역시 이들의 시선에 있었다는 설정으로 인해 <이터널스>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더욱 궁금해졌던 게 사실이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경우, 서사가 복잡해질수록 캐릭터 역시 헷갈리기 마련인데, <이터널스> 속 영웅들에 있어서는 그 혼란이 거의 없다. 이는 당연히 다양한 성별과 인종, 그리고 나잇대와 능력으로 인한 결과일 텐데, 단순히 의상이나 분장으로 이를 대체해온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요소는 분명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을 향유하려는 디즈니의 선택임을 무시할 수 없다. 2008년에 개봉한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2014년의 <윈터 솔저>까지의 마블은 오직 백인 남성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부터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의 모습에 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도 맞겠지만, 더 다양한 관객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터널스> 속 히어로를 연기한 배우들 역시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마동석’배우에 대한 기대 역시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터널스> 배우들의 다양한 인종과 연령은 이 작품이 갖는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마블의 특징인 ‘유머’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이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가족’와 ‘인류애’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보다 더 많은 구성원을 가진 이 ‘이터널스’는 ‘수평적인 가족애’를 넘어서 일종의 ‘화합’을 중요시하며,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인종을 가진 배우들의 모습은 어떤 ‘야심’이나 ‘특징’보다는, 서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여 분명 장점이 된다.


액션 역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남기기도 했다.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길가매시’의 액션 자체만을 보고 신선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오직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데비안츠를 후려치는 순간은 분명 참신한 장면 중 하나일 것이고, 마카리(로런 리들로프)가 엄청난 속도를 통해 이카리스(리차드 매든)를 공격하는 후반 장면은 이미 비슷한 히어로인 ‘퀵 실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의 액션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것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액션 역시 좋은데,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이에 대한 설명은 더 필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액션이 아닌, 각 히어로가 가진 능력은 좀 더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이터널스’라는 집단 속 히어로의 능력은 상호 보완이 가능한 능력들이라는 점에선 흥미롭지만, 공격성이 두드러지는 이카리스의 능력은 후반으로 갈수록 돌출돼 보여 팀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터널스>의 존재 이유는 파괴가 아닌 보호이기에, 이카리스의 능력이 돌출되어 보이는 이유는 후반의 반전을 위한 일종의 복선으로 작동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들의 능력은 <이터널스>의 서사와도 맞물려 작동한다. 이터널스의 존재 이유는 처음부터 ‘데비안츠’의 그것과 같다. 대신 그들처럼 진화하지 못하는 일종의 한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딜레마가 존재한다. 서로 공격하는 인간들을 오직 눈빛만으로 막을 수 있고, 순식간에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과, 결국 인류의 파괴를 위해 ‘데비안츠’로부터 인류를 지킨 것이라는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이터널스’의 설정은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하는 인류를 반영한 것처럼도 보인다.(히로시마 원자 폭탄을 보여주는 것도 단순히 시각적인 자극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는 무기력함으로 이어지지 않고 되려 그 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때 더욱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기억’은 없애지 않는다는 것이다.


테나(안젤리나 졸리)의 증상은 과거 또 다른 행성이 파괴되는 순간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서 나타난 것인데, 흥미롭게도 이것은 그들의 정체성의 파편이자 열쇠이고, 마지막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품 전체에 녹아있는 중심 요소이다. 이는 세르시(젬마 찬)의 직업이나 작품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역사 속 이터널스’의 모습으로 쉽게 드러나는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역사를 보는 시선에 대한 작품의 태도에 있다. 스프라이트(이라 맥휴)가 수천 년 전에 만들어낸 이야기, 세르시의 능력으로부터 만들어진 ‘미다스의 손’ 등 역사 속 이야기를 히어로 장르에 맞춰 흥미롭게 해석한다. 그리고 이 모두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어떻게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시켜 삶에 지혜로 이어갈 것인지를 고민한 인간의 자취를 띠고 있다. 때문에 기억을 ‘고통을 수반한다’는 이유로 없애지 않고 오히려 ‘다음’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작품의 중심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인간이 된 스프라이트가 현재 모습을 벗어나게 될 거라는 사실 역시 작품의 태도와 닮아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마블의 작품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이유는 단순히 스케일만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블랙팬서>나 <캡틴마블> 등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다루는 경우 역시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터널스>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면 다른 마블 작품들과는 달리 연출, 즉 감독의 인장이 유난히 잘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사실에 있다.(클로이 자오라는 연출가에 대한 기대 역시 커졌다.) 우리는 흔히 감독의 특징이 드러나는 영화를 ‘작가주의 영화’라고 하는데, 마블이라는 거대 자본 콘텐츠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지점이자 성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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