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작은 벽보가 하나 붙었습니다. 아파트 동장님의 말씀이었는데 <12년간 봉사하는 마음으로 활동했던 동장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우리 아파트를 위해 봉사할 다음 동장님을 선출하오니 많은 지원 바란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동장 활동비 월 30,000원이라는 마지막 줄을 읽고 '진짜 엄청난 봉사를 하셨구나. 월 3만 원에 12년이라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아파트 입구에 또 하나의 벽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동장님이 선출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궁금한 마음에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바로 선출된 동장님의 나이 아니 연세 아니 춘추가 91세 셨습니다.
언제부턴가 도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제 나이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전 앞에 두려움보다 흥분과 즐거움을 느끼던 20대 때와는 많이 변해버렸습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된 것이죠. 도전에 앞서 필요한 에너지, 시간, 돈, 자신의 능력 의심, 실패의 두려움 등 현실적인 계산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선천적으로 각인된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도전을 하지 않는 선택입니다.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참 쉬우면서 어려운 말입니다. 동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신 91세의 할아버지께서는 무려 90여 년 동안 축척된 데이터에서 부정적인 데이터가 과연 없었을까요? 도전 후 실패라는 경험으로 무력감을 학습하지는 않으셨을까요? 여생을 생각하며 도전에 의미를 찾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저였다면 그랬을 것 같습니다.
늦은 나이에 성공을 거머쥔 위인들의 성공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일반인들은 위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욱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리기만 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 되어야 위인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길거리에 오다가다 스친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가 위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삶에 도전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생겼고 실패에 대한 걱정도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도전할 용기도 생겼습니다. 위대한 도전이 있겠지만 그보다 도전 자체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도전 큰 도전 없이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