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
전망 좋은 물가에 해먹을 치고 누워 본 적이 있는가. 신체의 모든 힘을 빼고 누워야 편할 것 같다. 해먹이 기우뚱해도 물결에 출렁거려도 별일인가 싶게 안심하고 몸도 마음도 맡겨야 하리라.
문득 해먹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인생살이 얼마나 편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하여 바라는 게 많은가.
물소리 매미소리 들리는 물가의 해먹에 누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와 옥수수를 먹는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삶의 서시 / 햇쌀
강가 해먹에서 아이가 잠을 잔다
해먹 귀퉁이에 앉은 잠자리
흔들리는 바람에도 미동 없이
삼매를 즐긴다
잠든 아이 눈꺼풀을 두드리는
솔향기
잠자리 날개 짓
가을빛이 고요하다
누군가에게
포근한 품을 내준다는 것은
둥근 등 되는 것.
기우뚱 거리며 가도
아름답게 흔들리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한 번쯤 들어보거나 읽어 보았을 윤동주의 서시! 과연 거장은 태어나면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노력과 재주의 한계는 분명 있을 듯한데 그것조차 잘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
서시 ㅡ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