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저리라는 말에는 쓸쓸함이 느껴져. 가에 서서 아직은 서성이는 너에게 편지를 쓰려해. 나는 네가 훌륭한 엄마가 되려고 한건 아닌 걸 알고 있어. 그저 좋은 엄마로 살고 싶어 했단 걸 알아. 그런데 엄마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할 것 같다던 아이의 말에 너는 긍정적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다는 걸 알았지. 걱정이 많은 너라서 우려가 표정으로 아이에게 읽혔을 것도. 아이가 정의해주는 낯선 표현에 당황했지만 수긍을 하더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는 잘할 거라고 잘될 거라고 말하지만 정말로 긍정적인 사람은 그런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아. 잘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얹을 필요가 없는 거지. 지금으로서 충분하니깐. 너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많이 조심스럽게 말하고 때로는 하지 못하고 꿀꺽 삼키는 사람이니깐. 그런데 아닌가 봐. 걱정이 앞서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리니깐 말이야. 긍정적인 사람들은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한 해를 보내면서 너는 생각이 많아졌지. 늘 그렇듯 살면서 생기는 변수라는 것은 예상치 못할 때가 많았잖아. 글을 쓰면서도 너는 늘 서성였어. 표현도 못하더라. 늘 주저했지. 자꾸만 너를 가장자리에 두고 외롭게 했어. 그런데 있잖아, 그건 네가 만든 언저리였어. 네가 두른 테두리에서 발을 내딛지 못한건 너의 마음이 문제였어. 다른 방향이 아니라 너를 바라보면 알게 되거든.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미안해할 사람은 너 자신에게야. 스스로에게 둘러놓은 테두리를 걷어버려. 너는 너에게 말해줘야 해. 잘할 거라는 말대신 잘하고 있으니 됐다고.
어쩌면 사람들은 말이야. 네가 둘러놓은 테두리 밖에서 넘어오길 바라는 지도 몰라. 생각해봐 사람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 마음이 들락날락한 것은 너였지. 너는 너일 뿐이야. 그저 너에게 집중을 했으면 좋겠어. 아마도 새해에는 더 많은 걱정과 희망사이에서 고민하겠지만 그렇게 살아. 그게 삶이잖아. 사람의 마음은 자유로와. 누구에게 날아갈지 몰라. 사람들의 마음이 너에게 다가갈 수 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그 마음의 주인 거니깐. 너는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지금을 적고 기억하고 내일을 살아가면 돼. 별거 없더라. 오십의 언저리에 오다 보니 그래.
너에게 편지를 쓰지 않으면 다시 언저리에서 오도 가도 못할까 봐였어. 너를 아는 것이 중요하잖아. 무언가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야. 서있는 곳이 어디면 어떠냐는 것을 알았으면 해서야. 너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고 싶어서,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서야.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면 됐어.
싫으면 싫다고도 말하고, 좋을 땐 주저하지 말고 표현하고 감정을 아끼지 마. 이제 너를 바라봐줘. 웅크리지 말고 어깨를 펴고 고갤 들어 앞을 봐.
잘 살아왔어. 리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