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전쟁과 역병, 지도자라면 적어도 내 임기 중에는 절대 겪고 싶지 않은 두 가지 일을 모두 겪어낸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나의 할아버지 베루스 덕분에 나는 순하고 착한 마음씨를 갖게 되었다.
- 나의 아버지에 대한 평판과 추억 덕분에 나는 겸손과 남자다운 기백을 갖게 되었다.
첫머리부터 주변인들에 대한 감사로 시작한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형제, 친척, 친구, 그리고 마지막에는 신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그들에게 물려받은 것이나 배운 것에 감사함을 기록하는 분량이 1장을 꽉 채운다. 다른 장에서도 그는 이러한 말을 한다.
- 네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으면 너와 함께 사는 자들의 장점을 생각하라. 갑의 활동성과 을의 겸손, 병의 선심과 정의 또 다른 장점을.
우주는 변화이며 인생은 의견이라고 생각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주변인에 대해 그렇게 의견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또 5명의 현명한 황제 중 한 명으로 남은 것이다. 물론 5 현제로 남든 아니든 그 또한 별반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았으며 그래서 오늘 내가 만날 사람들이 나를 온전하게 대하는 사람보다 부당하게 행할 사람이 많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한 사람들과의 일로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거든 생각을 다시 해 보라고 했다.
- 날이 새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나는 주제넘은 사람을, 배은망덕한 사람을, 교만한 사람을, 음흉한 사람을, 시기심 많은 사람을, 붙임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라고.
- 너는 설마 몸에서 악취가 나는 사람에게 화내고 있지 않겠지?
- 최선의 복수는 네 적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 남이 너에게 저지른 잘못은 그 잘못이 발생한 그곳에 그대로 두라.
그렇다. 그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더 잘 살아내는 것이 최고의 복수이다. 그러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에게 끝없이 되물어 보라고 한다. 그 질문의 기준은 바로 지금, 현재이며 그것의 목적은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가에 있다고 했다.
- 나라는 존재는 육신과 짧은 호흡과 지배적 이성에 불과하다.
-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전체의 본성은 무엇이고 내 본성은 무엇이며 내 본성은 전체의 본성과 어떤 관계이고 네가 그 일부인 자연에 맞는 것을 행하고 말하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 발생하는 어떤 사태에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모든 사물들의 본성을 자신 속에 포함하는 자연에 대한 반역이기 때문이다.
- 만물은 우리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 공동체의 이익과 연관이 없다면 남들을 생각하느라 네 여생을 허비하지 마라.
- 누가 너에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하고 갑자기 물어도 이것과 이것이라고 지체 없이 대답할 수 있는 그런 일들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 각자에게 할당된 운명은 우주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각자를 우주 속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각자는 현재라는 짧은 순간을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나머지 시간은 이미 살았거나 불확실하다.
- 원칙을 고수하며 무엇을 기대하거나 피하지 않고 자연에 맞는 현재의 활동과 네 말과 발언에 담긴 영웅적인 진실성에 만족한다면 너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 인간에게 자신의 영혼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은신처는 없다.
- 불안은 오직 우리 안에 있는 의견에서 기인한다.
-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 너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 불필요한 행동뿐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피해야 한다.
- 너 자신을 단순화하라.
- 기억하는 것도 기억되는 것도 모두 하루살이다.
명성이나 명예를 따라가지 않았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운이 좋아서, 황제라서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수많은 고통과 죽음 앞에 서 있었고 보아내어야 했으며 견뎌내어야 했었다. 지독한 자기 성찰 만이 그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나는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고통을 겪지 않았고 현재의 불운에도 망가지지 않고 미래의 고통도 두렵지가 않으니 나야말로 행운아로구나!
- 한때 나는 어디에 버려져도 운 좋은 사람이었다. 운 좋은 사람이란 자신에게 좋은 운을 나눠준 사람이고 좋은 운이란 영혼의 좋은 성향, 좋은 충동, 좋은 행동이다.
- 도움을 받는데 지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네가 선행을 베풀고 남이 그것을 받았으면 그만이지 어째서 바보같이 제3의 것을 바라느냐?
- 후회는 뭔가 유익한 것을 놓친 데 대한 일종의 자책이다.
- 가능하다면 잘못을 저지른 자를 타일러라. 가능하지 않다면 그런 경우를 위하여 관용이 네게 주어졌음을 명심하라.
- 철학이 하는 일은 소박하다. 나를 잘난 체하는 허영심으로 잘못 인도하지 마라.
- 누가 나를 경멸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알아서 할 일은 경멸받을 말과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 네 호의가 꾸민 것이나 위선이 아니고 진지한 것이라면 무적이다.
- 삶의 목표가 늘 한결같지 않은 사람은 전 생애를 통하여 한결같을 수 없다.
- 덜 익은 포도, 익은 포도, 건포도.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무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지 않은 것으로 변한다.
그는 죽음 또한 늘 곁에 두고 생활했다.
- 출생이 여러 요소들의 결합이라면 죽음은 그것들의 해체로, 조금도 곤혹스러워할 일이 아니다.
- 너와 함께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벌써 세상을 떠났는가?
-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양 살아가되 흥분하지도 나태하지도 위선자가 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완전한 인격의 특징이다.
- 루킬라는 베루스를 묻었으나 루킬라도 묻혔다.
- 죽음을 멸시하지 말고 죽음을 기뻐하라. 죽음도 자연이 원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 원망하지 말고 조용히 내면의 자유를 유지하며 겸손하게 완전히 삶을 떠나도록 하라.
- 둘러서서 임종을 지키고 있는 무리 가운데 그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만큼 유복한 자는 아무도 없다.
파이데이아를 15년 넘게 다니며 읽어낸 수많은 인문 고전 중 가장 가슴에 남는 책 한 권을 고르라면 한동안은 소포클레스의 비극집이었다. 가슴 아픈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이제 파이데이아의 모든 책들을 읽어낸 후 우연의 일치인지 그 책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왔다. 하나같이 귀하고 고마운 책들, 함께 토론하면서 나누었던 문장들, 생각들이 책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읽을 땐 열심히 읽었고 보낼 땐 또 미련 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이 파이데이아 15년의 결괏값이라 생각하며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며 귀한 책들을 떠나보냈다.
그래도 마지막 한 권, 해외로 가는 나의 이삿짐에 꼭 한 권 남길 책이 무엇일까 되짚어보니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오롯이 남는다. 새로운 곳에 대한 불안 또한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해준 명상록이 있으니 그곳에서 지낼 나에게 빈백처럼 툭 던져 놓아 보고 싶다. 언제든 쉬고 싶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다시 힘을 내야 할 때 나에게는 이 책이 있으니 안심이라는 의견부터 내고 있을 내 모습을 미리 상상해 본다. 그곳이 어디든 명상록은 명상록이니까.
(그동안 아무리 읽어봐라 밥이 나오나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외 이주로 인하여 당분간 휴식한 뒤 새로운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몽글몽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