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돈키호테는 매 순간 진심이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돈키호테 중에서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돈키호테는 오십 줄에 접어든 시골귀족이었다. 기사도 책을 읽는 일에 열중하여 일상이 망가져 버리더니 결국 책에서 만났던 기사들의 모험을 자신도 실행해 보리라 결심하고 길을 나선다. 자신은 온 세상을 모험했다고 믿었지만 그래봐야 자신이 살고 있는 라만차 지방 여기저기였지만.


- 연인 없는 편력기사는 있을 수 없소. 저 하늘에 별이 있듯이 편력기사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요.

- 만일 연인이 없는 편력기사가 있다면 정통성을 지닌 편력기사가 아니라 기사도라는 요새 속으로 들어오되 정문이 아닌 도둑처럼 담을 넘어 들어온 사이비 기사일 것이오.

-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여름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사실 나는 그가 말은 안 했지만 사랑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것을 아오.

- 그녀의 이름은 둘시네아이며 라만차의 엘 토보소 출신이오. 신분으로 말씀드리자면 최소 공주는 된다고 해야겠지요.


그런 돈키호테를 따르는 산초 또한 진심이었다. 아무리 돈키호테가 이 모험의 끝에 자신이 황제가 되면 섬 하나라도 줄 것이고 그 섬을 다스리는 총독 자리는 당연히 산초에게 줄 것이라는 약속을 믿은 것도 있지만.


- 주인님, 저는 평화를 좋아하고 온순하며 얌전한 사람입니다. 처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모욕이라도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수 있지요. 그래서 주인보다 더한 곤욕을 치르기도 합니다.

- 사람 속은 알 수 없고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더니 정말 그렇네요.

- 이 모든 것에서 네가 깨우쳐야 할 것은 시간이 지우지 못할 기억이란 없으며 죽음이 희석시키지 못할 고통은 없다는 것이다.

- 행운이라는 것은 숱한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여지를 주기 위해 한쪽 문을 열어놓고 있는 법이다.

- 돌팔매질을 당하다가도 순식간에 황제가 되는 것이 편력기사란 말이오.

- 그러나 성이 아니고 주막이라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불을 면제해 달라는 것뿐이오. 나도 편력기사도에 반하는 일은 할 수 없소.

- 편력기사는 묵었던 주막의 숙박비는 물론 어떠한 비용도 지불한 예가 없소이다. 모든 기후와 풍토의 변화를 겪어가며 모험을 찾아 갖가지 고통을 겪는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오.


주막을 성이라고 여기며 일어난 모든 일이 마법이었다고 믿을 때도, 산초가 담벼락 위로 담요키질을 당할 때도, 양 떼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어 기사도를 휘두를 때도 돈키호테보다야 산초가 하는 말이 당연히 백배는 맞는 말이다.


- 그리고 제 부족한 생각으로는 지금이 보리 베는 철이고 농사일로 바쁠 때이기도 하니 이제 여기저기 쏘다니는 일 일랑 그만두고 우리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일인 것 같습니다.

- 네 마음속의 두려움이 네가 올바르게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는구나.

- 하늘에 대고 맹세컨대 주인님께서 공격하려는 것은 양 떼입니다.

- 명심해라 산초야, 다른 사람보다 노력하지 않고서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해지길 바란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정말 맞는 소리다. 삶의 단 한순간도 돈키호테는 진지하지 않은 적이 없다.


- 주인님은 편력기사보다 설교기사가 더 어울리십니다.

- 해야 할 말만 하고 생각 있는 사람처럼 말하거라. 못 하겠거든 아무 말도 말고.

- 공연히 불행 같은 거 찾지 마시고 다른 길로 돌아가지요. 아무도 우리더러 이렇게 무시무시한 길을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 속담이라는 것은 모든 학문의 어머니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특히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속담이 그렇지.

- 절대 침묵을 지키라는 명령 이후로 제 배 속에서 네 가지가 넘는 사연이 썩어가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혀 끝에서 튀어나오려고 합니다.

- 그러니 네가 이발사를 거느리고 다니는 최초의 백작이 되어 보거라.

- 사랑 때문에 갤리선으로 보내진다면 난 벌써 한참 전부터 그곳에서 노를 젓고 있었을 것이오.

- 불행이란 늘 천재를 따라다니게 마련이니까요.

- 어떤 이는 그저 고문 속에서 용기가 부족했고 어떤 이는 돈이 좀 부족했고 다른 사람의 호의가 부족했을 뿐인데 결국 재판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여러분의 신세가 이렇게 된 것이니 각자 정당한 판결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겠소.

- 주인님, 물러나는 것은 달아나는 것이 아니고 위험이 희망보다 앞설 때는 기다리기만 하는 것 또한 분별이 아닙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 발길을 멈출 줄 알고 하루 사이에 모든 모험을 다 치러내겠다고 덤벼들지 않는 것이야말로 바로 현자가 행할 일이지요.


돈키호테는 순간순간 따뜻하기까지 했다. 특히 약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에게는 더더욱.


- 재앙이란 놈은 숨어있는 악마와 같아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실수하거나 넘어진 사람에게 불쑥 달려드는 법이지요.

- 돈키호테는 그에 못지않게 예법을 갖추어 인사를 건네고 로시난테에서 내려와 고상하고 정다운 태도로 마치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인 양 한참 동안이나 그를 두 팔로 안아주었다.

- 당신의 불행이 그 어떤 위안을 향해서도 문을 닫아걸고 있는 것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당신과 더불어 탄식하려고도 생각했소.


친구와 아내를 시험하려든 안셀모의 이야기에서는 과연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는 사람이 돈키호테이긴 한 건지 생각하게 했다.


- 이런 모든 것을 갖추었다면 대개는 만족하며 살기 마련인데, 어찌 된 일인지 내 삶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무미건조하다네.

- 절친한 친구 사이를 시험하거나 우정을 평가할 때는 반드시 제단까지 만으로 한정해야 하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뜻에 반할 만한 일에 우정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길세.

- 자네가 말하는 대로 자네 아내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그것을 시험하려 하는가? 만일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비참해지겠지.

- 그러면 담비는 진흙이 있는 곳까지 와서 자신의 하얀 털을 잃거나 더럽히지 않으려고 멈춰 서서는 붙잡힐 때까지 가만히 있는다더군. 자유와 생명보다 그 하얀 털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거지.

- 죽음 속에서 삶을 찾고, 병이 나면 건강을, 감옥 속에서 자유를, 갇힌 곳에서 출구를, 배신자에게서 충성심을 찾는다. 그러나 나의 운명은 누구에게서도 어떠한 좋은 것도 기대하지 못하네. 하늘이 설정해 놓은 불가능한 것을 찾기 때문에 가능한 것조차 나에게 주지 않네.

- 어리석고 무모한 욕망이 내 삶을 앗아 가는구나.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카밀라의 귀에 들어간다면 내가 그녀를 용서한다고 전해주길. 그녀는 기적을 만들어야 할 의무도 없고 나 또한 그녀가 그렇게 하길 바랄 필요가 없었다.

- 그는 이렇게 너무나 훌륭한 말로 연설을 했는데 이때 연설을 듣고 있는 그 어느 누구도 돈키호테를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 공부하는 학자들의 어려움은 주로 가난입니다. 가난해서 좋을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있으니 재산을 넷으로 나누어 그중 셋을 조금도 치우치지 않고 똑같이 너희들에게 나누어주도록 하겠으며 나머지 하나는 하늘이 내게 준 여생을 살아가는 데 사용하도록 하겠다.

- 그러나 행복은 그것을 흐리거나 놀라게 하는 불행 없이 순수하게 행복으로만 오는 일은 드물거나 결코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요.

- 이것이 계획된 장난이 아니라면 여러분들처럼 훌륭한 사고력을 가지신 분들, 아니 그렇게 보이는 모든 분들이 이건 놋대야가 아니고 저건 안장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시는 걸 보니 그럴 만한 비밀이 있는가 보군요.


돈키호테 또한 숱한 실패와 위기에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물론 그런 그 옆에는 언제나 산초가 있었다.


- 칼 대신 실패를 잡는 것이 나을 내가 무엇을 기뻐할 수 있겠느냐?

- 그런 말씀일랑 그만두세요, 주인님. 닭의 혀에 종기가 나도 살아만 있으라 하고 오늘은 네가, 내일은 내가 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패배자가 내일은 일어설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 주인님, 잘 나갈 때 기뻐하는 것처럼 불행할 때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용기 있는 마음을 가진 자가 할 일이랍니다.

- 대단히 철학적이구나 산초야. 누가 너를 가르쳤는지 모르겠다.

- 그러니, 걸어라, 나의 벗 산초야, 내 땅에서 일 년 동안 수습사제 기간을 보내면서 그 감금의 세월 동안 내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무훈을 세우기 위한 새로운 미덕을 키워보자꾸나.

- 잠이라는 것을 발명한 사람에게 행운이 있으시기를. 모든 인간의 근심을 덮어주는 망토이며 배고픔을 덜어주는 음식, 갈증을 쫓아주는 물이자 추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이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냉정함이며, 마지막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돈이지요. 목동과 국왕을 같게 만들어주고 어리석은 사람을 사려 깊은 사람과 똑같게 만드는 저울이고 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자라면 너끈히 주인을 일으켜 세우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덕인지, 공작 부부의 적절한 장난거리가 필요했음인지 어쨌든 산초는 섬의 총독 자리라는 걸 누려는 본다. 돈키호테는 죽음을 앞두고 누구보다 현명하게 유산을 분배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유언으로 남긴다.


- 세상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세상의 허수아비였고 도깨비였네. 그의 행운을 증명해 준 그런 시기에 미쳐서 살고 제정신이 들어서 죽었노라.




늘 제정신으로 살기도, 미쳐서 살기도 힘든 세상임은 돈키호테가 살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고 그럼에도 늘 진심인 사람들도 꼭 존재한다. 우리는 못하는 그런 모험들을 해 내는 그들을 돈키호테라고 부르며 칭송하는 것은 적어도 그들이 진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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