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중에서
우리는 왜 전쟁을 할까? 분명 나보다 똑똑할 것이라고 믿었던 지도자라는 사람들, 그들이 내린 판단이 전쟁이라면 우리는 그 전쟁의 중심이나 가장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게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살아가는 국민이라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역사가 전쟁을 알려주었고 증명했으며 경고했으나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평화로운 러시아 사교계의 모습부터 그려진다. 전쟁은 서쪽 어느 국경선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들과는 별반 상관없는 일이며 사교계는 여전히 연회를 열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드레스 속 페티코트를 조여 입는다.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어 묘사되는 글 구성은 전쟁 중에도 평화는 있으며 평화 속에도 전쟁은 계속되는 모습을 반영한다.
- 사람은 죽어가는 동물을 볼 때 그 자신인 것, 즉 그의 본질이 눈앞에서 소멸하고 존재하기를 멈추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 순수하고 완전한 기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고 완전한 슬픔 또한 없다.
- 삶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으므로 살아가야 했다.
- 그녀는 그가 가버린 삶의 저쪽을 보고 있었다.
- 어머니의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페탸의 죽음은 그녀의 생명 절반을 앗아갔다.
나타샤의 동생 페타의 죽음은 전쟁과 평화 4권에서 그려진다. 어린 아들은 전쟁에 나가길 원했으며 결국 모든 가족의 아픔이 되어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수만, 수천의 사람들의 죽음은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았다. 슬퍼할 겨를도, 위로할 가치도 주지 않는 것이 전쟁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쟁은 지도자들의 판단과 결단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직접 전쟁에 참여해 본 적도 있는 톨스토이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전쟁을 계속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당시 지도자였던 러시아 총사령관 쿠투조프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 수백만의 인간이 세계 모든 재판소의 기록이 몇 세기가 걸려도 모을 수 없을 만큼의 무수한 죄악과 기만, 배반, 절도, 위조지폐 발행, 약탈, 방화, 살인을 범했으나 이 시기에 그것을 범한 사람들은 그것을 범죄로 보지 않았다.
- 대공이 모욕을 당했다고 왜 수천 명이 유럽의 한쪽 끝에서 몰려와 스몰렌스크와 모스크바 사람들을 죽이고 파멸시키고 그들 또한 살해당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 우리가 원인 탐구에 파고들수록 더 많은 원인이 발견되고 그 원인들은 하나하나를 뜯어봐도 또 총채로 보더라도 그 자체로는 전부 옳은 것 같기도 하고 사건의 거대함에 비하면 너무 사소해 거짓 같기도 하고 또 사건의 원인이라 보기에는 너무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전부 거짓 같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 이러한 원인 중 하나만 빠졌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원인, 수십억 가지 원인은 사건을 유발하며 우연히 동시에 겹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특정한 원인이란 없으며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항상 외롭고 보기 드문 자의 운명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고의 법칙을 통찰한 대가로 대중의 증오와 경멸이라는 처벌을 받는다.
- 원래부터 자신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고 언제나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며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말을 했다.
- 오직 그 한 사람만이 모스크바를 잃은 것은 러시아를 잃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 국민은 그의 안에 있었던 그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에 황제의 불만을 샀던 이 노인을 그처럼 기묘한 방법으로 황제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국민 전쟁의 대표자로 선출했던 것이다.
- 뒤에는 확실한 죽음, 앞에는 희망이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지금까지 계속된 성공으로 그를 예정된 목적에 다가가게 지속적으로 인도하뎐 우연과 천재성 대신, 보르디노에서 걸린 코감기에서부터 매서운 추위, 모스크바를 태운 불꽃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정반대의 우연이 나타나 천재성은커녕 전례 없는 우매함과 야비함이 드러났다.
- 큰 배가 스스로 거대한 독립된 움직임을 시작하고 움직이는 큰 배에 삿대가 닿지 않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위정자는 힘의 근원인 권력자의 지위에서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다.
우유부단하고 내성적인 소시민이었던 피예르도 스스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며 프랑스의 포로가 되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피예르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이렇게 생각한다.
- 그는 향기로운 국물과 함께 말끔하게 차려진 식탁이 운반돼 올 때, 밤에 부드럽고 깨끗한 침대에 몸을 누일 때, 혹은 이제 아내도, 프랑스군도 없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정말 좋다. 참으로 훌륭하다!
- 별것 없다. 살아가면 된다. 아아, 정말 훌륭하다!
- 당신은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고통을 당했는데도 그들에게 조금도 악의를 품지 않으니까요.
- 실생활에서도 피예르는 갑자기 전에 자신에게 없었던 중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느꼈다.
- 그는 여행 내내 방학중인 초등학생과 같은 기쁨을 경험했다.
- 모든 것은 파괴되었는데 단 비물질적이지만 강력하고 파괴될 수 없는 뭔가는 예외였다.
- 우리를 지배하는 신이 있다고 믿는 인간만이 그런 상실을 견뎌낼 수 있으니까요.
- 무슨 말이, 어떤 신앙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 하지만 나는 세 배나 부유해졌습니다. 내가 확실히 번 것은 자유입니다.
- 살아있는 동안에는 행복이 있습니다. 앞길에는 많은 것이, 많은 것이 있습니다.
- 내가 살아 있고 살고 싶다고 바라는 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는 마치 목욕탕에서 나온 사람처럼 산뜻하고 반질반질하고 생생해지셨어.
로스토프와 마리아가 서로 알아가는 과정과 가정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그린 부분은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전쟁 후 각자의 자리에서 또 그렇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일, 그게 궁극의 평화였다.
- 그는 자신의 처지를 견뎌낼 길은 어두운 기분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 자기 안에서 그 기분을 열심히 지키려는 것 같았다.
- 나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행복을 누려본 적이 너무 없어서 뭔가 잃는 것이 두려워요.
- 나는 내 아이들이 길거리에 나앉지 않도록 해야 하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일궈야 해. 그것뿐이야.
- 어릴 때부터 익숙해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을 나쁘다고 하는 그녀의 생각에는 순간 내심 동의할 수 없었다.
- 못 참을 것 같으면 얼른 자리를 피하면 돼요.
- 아내와는 더욱 친밀해졌고 날마다 그녀 안에서 새로운 정신적인 보물을 발견하고 있었다.
- 누구든 있는 사람은 더 받겠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 아, 당신은 정말 이상해! 아름다워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니까 아름다운 거야.
- 그는 자신의 반영을 아내에게서 보았고 그녀에게는 그가 가진 오직 진실로 좋은 것만 반영되어 있었고 전혀 좋지 못한 모든 것은 버려져 있었다.
- 모든 착실한 가정이 그렇듯 리시예 고리의 집에서도 몇 개의 전혀 다른 세계가 고유의 개성을 지키고 서로 양보하며 조화된 하나의 전체에 융합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 그는 자신의 생활 방식이 영구적으로 죽을 때까지 굳어졌고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고 느꼈으므로 생활에 별로 돈이 들지 않았다.
- 평소 아내가 살아가는, 그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높고 정신적인 세계에 대한 경이감이라는 감정을 발견했다.
전쟁이 수많은 이들의 의지의 총합이며 모든 우연의 합치였다고 말하는 톨스토이를 보면 나 한 명이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그래서 수많은 우연 중 하나라도 겹치지 않도록 하다 보면 전쟁은 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모두 죽는다 해도 그것이 꼭 전쟁 때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 그 시선은 그 밖에도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메멘토 모리! 그들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우리 중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는 내일을 앞두고 지금까지 우리 사이에 있었던 오해를 내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