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중에서
사람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소망한다. 가지고 있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일,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은 아침 해가 떠오르듯이 매번 다시 솟아난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이전의 내가 얼마나 바라던 것들인가! 꽉꽉 채운 욕망의 자루를 지고서도 늘 새로운 것을 머릿속으로 소망한다.
그것이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소망에 대한 불꽃은 자신의 인생을 불태우고도 남을 수도 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도저히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을 소유하고자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인간 파우스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 우리 연극도 그렇게 내놓읍시다! 충만한 인간사에다 그저 손 쓱 넣어 뒤져보세요!
- 주신 빛을 이성이라 부르면서 쓰는 데라곤 고작 어떤 짐승보다도 더 짐승처럼 구는 데뿐
인간이란 제 보기로는 죄송하오나 다리 긴 여치 같죠
메피스토펠레스는 끝없이 파우스트에게 속삭인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것, 그게 무엇이든 줄 수 있다고. 파우스트 또한 그리 쉬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하느니라
-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힌 선한 인간은 바른 길을 잘 의식하고 있다고
- 한데 알게 된 거라곤 우리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뿐!
- 생각과 바른 뜻이 있으면 연설은 저절로 되네
- 어째 저 머리에서는 도무지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 너를 내게로 끌어올 힘은 있었으나 너를 붙잡아 둘 힘은 내게 없었다
- 근심은 항상 새로운 가면을 쓰고 집과 뜰로, 아내와 아이로 나타나고 불, 물, 단검과 독약으로 나타난다
- 하지만 우리, 아름다운 자산인 이 시간을 그런 우울한 생각으로 망치지 마세!
- 내 가슴속에는 아,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다
- 저녁이 되면 비로소 집의 가치를 알게 되지요
- 하지만 아! 나는 벌써 느낀다. 최선의 의지가 있건만 가슴에서 더는 만족이 솟지 않음을
메피스토펠레스는 모습과 목소리를 바꿔가며 파우스트가 원하는 것, 그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해 주겠노라고 한다. 결국 파우스트는 그 계약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 저는 힘의 한 부분입니다. 늘 악을 원하면서도 늘 선을 이루고 마는 저 힘의 일부죠
- 다만 조건이 있는데 당신의 시간을, 내 재주로 멋지게 보내게 해 드린다는 조건이죠
- 내가 괴로움을 우선 벗어날 수 있다면 그다음에는 뭐든, 마음대로 일어나라지
- 계약을 하시죠, 당신은 수일 내에 내 재주들을 즐겁게 구경하실 겁니다
- 그 드높은 지향 가운데 있는 인간의 정신을 너 같은 것이 이해한 적이 있었더냐?
- 나는 놀기만 하기에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지내기에는 너무 젊단 말이야
- 내가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하면,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하면 그때는 네가 나를 묶어도 좋다. 그때면 나 기꺼이 멸망하겠노라!
- 뭐든 쪼끄만 종이 한 장이면 됩니다. 당신 피 한 방울 쪼금 짜서 서명하시고요
- 큰 영은 나를 업신여겼고 자연은 내 앞에서 닫혀버렸다. 생각의 실가닥이 끊겼고 모든 앎에 구토가 난 지 오래다. 관능의 깊은 바닥에서 타는 정열을 달래 보자꾸나!
- 고귀한 자질들을 선생의 귀하신 정수리 위에다 쌓게 하시죠. 사자의 용기, 사슴의 날쌤, 이탈리아인의 뜨거운 피, 북방인의 끈기
- 우리는 외투만 걸치면 돼요. 외투가 공중을 가르며 우리를 실어 갈 겁니다
젊어진 파우스트 앞에 나타난 그레트헨은 순수한 사랑의 대상으로 묘사되지만 파우스트의 지향을 향한 방황에 가장 큰 희생으로 남는다. 그 희생에 대한 연민조차 남아있지 않다. 누군가의 지향에 누군가는 이유도 모른 채 휘말려 들어가 사라지기도 한다.
- 생쥐는 세상이 갑갑해졌네. 몸 안에 사랑 든 듯. 몸 안에 사랑 든 듯.
- 불행이 녀석을 온순하게 만드는군
- 두통이 나서 투덜거리지 않으면, 술집 주인이 계속 외상을 주기만 하면 이들은 흡족하고 근심 없습니다요
- 이 어린 백성들은 악마라는 감은 전혀 못 잡아요. 악마에게 덜미를 잡힌다 해도요
- 착각이여, 눈의 굴레를 풀어주라! 단단히 알아두거라, 악마가 어떻게 노는지
- 좋아요! 방도가 하나 있죠, 돈도 의사도 마술도 필요 없는 방도가. 곧바로 들판으로 나가 갈퀴질 삽질을 시작하세요
- 당신과 당신의 뜻을 아주 좁은 테두리 안에서 유지하세요
- 스스로 거름 주고 그 땅에서 수확을 거두는 것을. 이것이 최상의 수단이지요. 믿으세요. 여든 살에도 당신을 젊게 만드는 길입니다!
- 얼마나 오랫동안 나갔다 오냐? 저희가 앞발을 불 쬐는 동안이죠
- 신이 엿새 동안 먼저 애쓰셨다면 그리고 그 끝에 브라보를 외치셨다면 뭔가 똘똘한 것이 이루어진 거겠죠
- 그 유명한 즙을 한 잔 그득 주게나! 최고로 오래된 것으로 부탁해야겠구나. 세월이 효력을 배가시키지
- 파우스트가 잔을 입가에 갖다 대는데 가벼운 불꽃이 인다
- 머지않아 열렬한 즐거움으로 느낄 거예요. 큐피드가 일어나 이리 폴짝 저리 폴짝 뛰듯이
- 너는 이제 곧 약이 몸에 들어가 있으니 모든 여자가 헬레나로 보일 게다
- 전 양갓댁 아가씨도 아니고 곱지도 않아요. 누가 바래다주지 않아도 집에 갈 수 있고요
- 이런 궁핍 속에 이런 충만이! 이런 감옥 속에 이런 축복이!
- 황금을 향해 밀려가고 황금에 매달려들 있잖아, 모두들. 아 우리 가난한 사람들!
가질 수 없는 것 중 최상의 것을 찾아 악마와 계약을 맺었던 파우스트, 그의 여정을 함께 하며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본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한데도 누군가는 여전히 시작하고 누군가는 어느 지점에서 포기한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포기하는 의지도 생길 수 있다. 무엇이든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곧 삶이고 생활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스치듯 주고받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 줄 한 줄이 시였고 명언이었다. 독일어의 강한 느낌과 부드러운 감성을 우리 글로 옮기는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 작품이기도 하다. 괴테의 글 그대로 번역하기를 일평생 지향한 노교수의 인생이 고스란히 전해져 번역본을 읽는데도 원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두 다른 지향점을 향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 곳에서 한 번씩은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괴테와 전영애 교수의 번역본으로 만나는 파우스트는 인생의 지향을 향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마치 이곳에서 만나 함께 소리 내어 읽어주는 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