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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Oct 29. 2020

분노 조절 못하는 사람의 충격적 비밀

성난 황소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는 듯한 모습은 흡사 눈이 뒤집혀 이성을 잃은 사람과 비슷해 보인다. 이처럼 분노한 상태인 인간은 행동 조절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무섭다. 가끔은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 증상도 보인다. 평소에 얌전하게 지내다가도 특정한 상황에 트리거가 발생하여 통제력을 잃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오죽했으면 의자를 집어 들어 던질 정도로 화가 났을까 싶기도 하면서 그러한 폭력에는 객관적인 평가에서 올바르지 않다고 대부분 인식한다.


분노는 평상시에 화를 통제하려는 창구를 이용할 수 없으면 발생한다. 화를 담아놓은 감정의 바구니가 이미 한계치를 넘어 쏟아져 버린 상태다. <욱하는 성질 죽이기>를 읽어보며 분노가 언제 발생하는지, 그리고 분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분노는 우리의 뇌가 화를 주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응급처치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에서 자신의 화를 폭발시킨다. 책을 읽으며 언제 분노가 가장 심했는지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기억하는 분노한 그날


아이가 출산하고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3일간 입원하던 시기였다. 퇴원과 동시에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해야 해서 미리 연락하여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전했다. 이미 3개월 전에 예약을 한 상태여서 무난하게 퇴원 후의 일정을 받으리라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렇지 못했다. 산후조리원의 시설은 항시 인원에 여유를 구비해두고 운영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여유가 없어서 집에 며칠 있다가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분명 3개월 전에 예약할 당시에는 '20%는 여유를 두고 항상 운영하니 안심하셔도 좋다'라고 구두로 설명했지만, 계약과 다른 행보에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구두로 전한 내용은 약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억지가 더욱 화를 돋우었다. 흡사 기업과 개인의 법정 투쟁까지도 언급하는 모습에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그 당시에는 산후조리원의 무조건적인 잘못에 분노했지만, 단지 산후조리원의 처신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발단은 산후조리원으로 시작했지만, 유독 가족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감정이 흔들리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


분노가 항상 특정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누적되다 보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잠재적 분노라고 부른다. 산후조리원의 처신에 그동안 내면에 쌓여있던 분노가 맞물려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욱하는 성질 죽이기>에서는 분노의 개념을 6가지로 나눈다. 돌발성, 잠재적, 생존성, 체념성, 수치심에서 비롯된,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욱하고 성질을 내기 전에 스스로 화를 삭이며 억누른 경험이 자주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화를 억누르다 보면 마음의 상처가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욱하는 성질 죽이기>에서는 이를 비폭발 분노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분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처 방법을 찾기 이전에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


어떤 어린아이는 부모의 양육방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자신은 부모가 되어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에게 양육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부모의 양육 방식을 체득하여 다른 양육 방식을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스스로 학습하고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불현듯 자신이 싫어하던 부모의 양육 방식이 나타난다. 우리가 주의 깊게 바라볼 과정은 다름 아닌 가정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유년 시절은 수치심으로 가득한 환경이었다. 아버지의 만족할 줄 모르는 높은 장벽은 인정 욕구를 억압하기에 충분했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내가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런 마음의 상태가 지속되어 수치심으로 나타났다. 적당한 수준의 수치심이라면 규칙을 지키는 도덕심을 키우기도 하지만, 지나친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부정한다. 이러한 마음 상태로 성인으로 자라면 불안감이 내면에 자리한다.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람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들은 세상은 무섭고 위험하며 사람들은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여 관계 맺기를 어려워한다. 오히려 적당히 잘 어울리고 형성된 관계를 쉽게 깨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 늘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누군가 자신을 판단하는 잣대에 심각하게 대응한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내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피드백에 유독 불안해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자기 안에 있는 적과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믿음직한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거나,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한 사람이 인식하는 편안함과 안전이 단순히 내면 상태와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니다. 목표는 인생의 내적, 외적으로 모두 안전을 느끼는 것이다. 우선 내적으로 안정감을 찾아야 외적으로도 장기적으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잠재적 분노

'사람의 분노를 살펴보려면 출근길 운전을 시켜보면 알 수 있다'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만큼 운전하는 도중 분노를 일으킬 만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저 다른 자동차가 내 앞으로 끼어들기만 해도 나를 무시하는 듯한 기운을 느끼며 분노한다. 다른 자동차가 내 앞을 가로막은 상황이 마치 자신이 불공평한 상황에 처했다고 느껴 분노로 이어져 보복 운전으로 치닫는지도 모른다.


돌발성 분노는 대체로 즉각적인 분노에 대한 반응이지만 잠재적 분노는 과거에 당했던 모욕이나 상처에 대한 반응이다.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 사회의 문화와 집단주의에서 불공평한 상황이 내면에 쌓이면 잠재적 분노로 커질 수 있다. 잠재적 분노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오랫동안 분노가 축적되면 나타난다.


tvN 인사이트 <어쩌다 어른>

https://youtu.be/FTT7OnLJZ_Q


tvN 인사이트 <어쩌다 어른>에서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아빠의 비밀을 시청하면 이러한 잠재적 분노를 알 수 있다. 심각한 보복 운전과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의 이야기다. 아내는 참는 것을 미덕으로 아이들에게 아픔을 남길 수 없어 오랜 세월 인내했지만, 한계에 부딪혀 끝내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말한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에 상담을 한번 받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남편은 동의한다.


자신이 분노 조절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장은 상담 도중에 어린 시절에 있었던 기억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아들을 기둥에 묶어두었다. 홀로 남겨진 아들은 치명적인 외상을 겪는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어떤 상황에서 발현이 되어 타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인식하기에 이른다. 왜곡된 사고가 한 가장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가장은 자녀에게 사과를 하고, 아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용기 있게 실행한다. 바로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였다. 아들과 여행하며 내면에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며 서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아들도 그동안 아버지에게 하지 않았던 우여곡절을 터놓고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이야기의 핵심은 공감이 분노 조절과 같은 잠재적 분노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가정의 안정감을 되찾았을 듯 보이지만, 잠재적 분노는 한 번의 공감으로 눈녹듯이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한 정답은 없다. 예전에는 통했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 가운데 놓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전략을 새롭게 계획하고 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하나둘 씩 해결책을 찾아가다 보면 맥락에 적절한 대처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욱하는 성질을 받아들이고 평생 관리해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자신의 통제력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에 당연하게도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통제 불가능한 영역인지 아닌지 구분하고 인정하려면 그러지 못하는 내면의 저항이 요동치기도 한다. 아무래도 현실을 받아들이려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고 나아지려는 욕구가 생성되어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욕심과 권리의 양끝단에서 차이를 깨닫는 사유의 과정을 토대로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에게보다 자신을 갂아내리는 사람에게 욱하고 성질을 내기 쉽다. 그러니 이제 자신을 수용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비난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타인의 비난뿐만 아니라 자신을 비난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마땅하다.




참고도서 : 욱하는 성질 죽이기

저자 : 로널드 T. 포터-에프론

출판 : 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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