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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Apr 27. 2021

항우울제를 이틀 간 복용하지 않아 금단 증상이 생겼다.

2019년 9월부터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신경안정제와 위장을 보호하는 약. 이렇게 3알을 복용하였다. 처음부터 적절한 약을 찾기는 어렵다. 특히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강박증을 진단받고 2달간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몸에 맞는 약을 찾았다.


물론 1년 7개월 약을 복용하고 강박증은 상당히 완화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약물은 다른 장기 기능에 영향을 준다. 간 기능의 저하와 그동안 경직된 몸에서 벗어나 비교적 편안해진 탓에 체중은 증가했다.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내과 의원의 진료가 있었지만, 운동을 해도 체중은 급격히 줄거나 다시 늘지 않았다.


나름 편안한 생활을 해오던 중. 약간의 사고가 있었다. 분명 SSRI인 파록스씨알정 25mg을 한 달 치 처방받았지만 20일이 지났을 즈음 약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직장 업무가 상당히 바쁜 시기에 접어들어 아침 10시에 진료를 시작하는 병원을 방문하고 회사를 가기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조금 여유가 생기는 그다음 주에 병원을 가려고 계획했다. 수요일부터 1년 7개월 복용하던 약을 중단했다. 이틀이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소화불량처럼 속이 더부룩했고, 멀미 증상을 느꼈다.


4월 말에 5월 초에는 비염으로 고생하는 시기여서 딱히 항우울제의 금단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약을 잠시 중단하면 불안 증세가 더욱 거세진다는 검색 결과는 어지러움을 비염 증상의 악화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시 예전처럼 불안감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악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로감은 상당하여 여분으로 남겨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저녁 9시가 되기 전에 잠들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어지러움은 계속 이어졌고, 식은땀과 메스꺼움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급하게 다시 찾은 정신과에서 금단 증상은 개인차가 있으며, 파록스씨알정은 이틀 정도 복용하지 않으면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도록 복용하고 잠시 멈추어도 이상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지러움, 복통, 구토, 목조임 현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연하면 겪는 경험과 유사하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지만 누군가는 금단 현상으로 상당한 통증을 호소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금연 시작하고 한 달이 매우 힘들었던 경험이 생각난다.


4일 SSRI의 복용을 중단하고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복용할지 모르겠지만, 함부로 끊지 말아야 함을 경험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30년이 넘도록 방치한 강박증을 고치려면 자신의 상태를 알아가는 심리 공부뿐만 아니라 약의 도움도 필요하다. 금단 현상을 겪어보면서 약을 먹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처럼 말랑말랑한 마음을 금방 만들었을까.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피로감은 처방받은 하나의 알약으로 고통이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환절기의 시기와 맞물려 실수가 있었지만, 이런 경험으로 금단 증상을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몸 상태를 알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신경안정제의 양을 줄이는 과정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했으니 항우울제는 더욱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바심으로 지금까지 잘 버텨온 삶을 망치고 싶지 않다.





#항우울제 #금단현상 #어지러움 #메스꺼움 #피로감 #SSRI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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