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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Oct 26. 2021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의 공통점

작년 3월 즈음 팀에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해서 살펴본 바로는 나쁜 인상은 아니었고, 다른 여타 지원자와 다르게 허세를 부리거나 불안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물론 면접 자리에서 떨지 않는 주니어 개발자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할지라도 기본 실력이 부족하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여 회사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일 수밖에 없다. 면접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였고, 자신이 지난 2년 동안 다른 회사에서 진행했던 일을 그래도 다른 지원자와 다르게 막힘 없이 설명했던 터라 나를 비롯한 3명의 면접관은 합격이라는 하나의 결론에 합의를 보았지만 막상 실제 업무에 투입하고부터 난항이었다.


하필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고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으로 회사는 재택근무라는 이례적인 체제로 변화하는 운이 좋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도 2년여의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주니어 개발자에게 적당한 업무를 하나둘씩 맡기기 시작했다. 무리 없이 진행될 줄 알았던 그의 업무는 한 달이 지나도 지지부진했다. 급기야 회식자리에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팀장님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뭐... 팀장님은 열심히 하자는 의미에서 약간(?)의 주사가 나온 듯 하지만 신규 입사자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바쁜 업무가 흐르고 조금씩 자신의 포지션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최근에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1년 6개월이 흘러서야 1인분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어느 정도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그동안 익혔던 수많은 개발 경험을 하나둘씩 천천히 전수해주려고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다른 시니어 개발자가 캐어해 주었지만,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진심을 담아 자기 계발을 하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불안할까?', '나는 왜 대인관계, 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들까?'를 고민하고 원인을 찾아가려고 애썼다. 질문의 원인을 찾아가는 나의 마음은 당연하게도 매우 건강하지 않았다. 늘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인간쓰레기'라는 잘못된 명명 오류를 범하기도 했고, 당위적 사고는 모든 사람이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야 분노로 발전하지 않았다. 내가 행동하는 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강요하는 모습은 잘못이라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와 더불어 진화, 유전, 역사, 경제, 리더십, 경제, 경영.. 여러 분야의 책을 다독하며 얻은 결론은 조언과 피드백을 줄 수 있어도 결국 선택은 그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었다. 여러 과학적 근거, 역사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나에게는 적합할 수 있어도 그 당사자의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내가 괜찮았던 지난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면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행동하지 않았다. 특히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운동이 그랬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피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군가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한 번 해보려는 시도는 한다.


주니어 개발자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높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아가려는 건강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 밑바탕은 다름 아닌 부모와 안정된 애착이 존재한다.


분명 어휘력, 이해력, 프로그래머의 역량은 부족하다. 그렇지만 부족함은 잘못이 아니다. 아직 회사에서 1인분을 해낼 정도로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망, 바뀌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 처음부터 열정에 활활 타오르다가 금방 꺼지는 불꽃이 아닌 서서히 불씨를 살리는 느린 성장의 사람이었다. 그 느림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몫을 해내라고 압박했던 주변 환경에 몸을 움츠렸던 모양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버티고 회사에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건강한 마음 덕분이다. 양옆, 바로 뒤에는 경력이 무려 16년~20년의 시니어 개발자가 포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배움을 얻어가기에 적합할 수도 있지만, 주눅이 들어 자신은 보잘것없는 개발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년 차의 주니어 개발자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웠다. 가끔은 생각 없고, 눈치가 없는 곰 같은 면이 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느림의 미학을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내보이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꾸준히 실천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운동을 하면 어떤 점이 좋고, 프로그래머로 성장하려면 알고리즘을 공부하며 논리적인 흐름을 어떻게 만들지 늘 고민해야 하는 직업의 특징에 알맞은 학습방법을 알려주었다. 더불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일단 금연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모든 조언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중에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 운동(플랭크 1분, 팔 굽혀 펴기 15회)과 프로그래밍 공부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한다고 언급했다. 해맑게 웃으며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전달하는 주니어 개발자의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그가 어떻게 여러 핍박(?)에도 건강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했다. 예상하기로 분명 부모와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신뢰를 쌓는 여러 대화를 거쳐 하나의 질문에 도달했다.


"내가 보니까 XX님은 상당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혹시 부모님과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그의 대답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 흘러나왔다. 어머니와 아주 관계가 돈독하지 않지만, 아버지는 자신에게 듬직한 기둥과 같고 지금도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서로 자주 한다고 말했다. '아.. 이 사람의 건강한 마음은 아버지와 유대감이 있어서였구나'라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XX님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져요?"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아버지와 가끔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에 아버지와 애착이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는 '발달 심리학'을 이해하고 아이의 정신건강을 일찍부터 심도 있게 공부하여 양육에 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도 아버지와 생긴 건강한 애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자식에게도 비슷한 양육으로 대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지금의 시대는 수많은 양육 상태를 점검하는 도구가 존재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조금만 검색해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넘쳐난다. 수많은 연구결과가 말해주듯이 어린 시절의 아이와 애착은 아이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건강한 마음의 소유자는 부모와 서슴없이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고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건강한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들은 세상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내면에 자리 잡는다. 반대로 부모의 끝없는 욕심과 방임이라는 양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세상은 위험하다고 느낀다. 자신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내면에 깔려있어 인정 욕구를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물론 인정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건 분명하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잘 지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동일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아이와 안정적인 애착을 갖는 일이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꾸준한 실행으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래도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아이가 아닌가. 안정 애착이라는 관계를 형성한다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그 혜택을 톡톡히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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