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가스라이터가 함께 살아간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이기도 하고, 전부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며 당신을 괴롭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직장에서 매번 당신의 실적을 가로채는 팀의 동료이고, 왜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느냐며 당신에게 욕을 하는 이웃집 사람이다. 가스라이터들은 통제와 조종에 뛰어나고 당신의 현실 감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두 상대방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가스라이터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신의 실수는 항상 어떤 이유가 있어서 실수가 아닌 것처럼 둘러대는 사람은 그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 사회와 타인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주변에 이러한 사람과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짐이 될 뿐이라고 믿게 된다. 그들은 굉장히 해롭다. 가스라이터에게 조종은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영향받고 조종당해서 대의를 위해 일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더 잘 돌보게 되기도 한다. 그것을 설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 경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가스라이터는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적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와 같이 성격장애와 연관성이 높다. 정신 질환은 보통 성격 장애와 신경증으로 나누는데 전자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후자는 내부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항상 자기중심적이다. 게다가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그들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미쳤거나 문제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상담이나 약물로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고 타인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심리 상담, 정신과 진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그들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다.
그들과 거리를 두려면 가스라이터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이러한 특징이 누군가에게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가스라이터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스라이팅>에서는 대략 30가지의 특징을 소개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마주한 가스라이터의 특징을 10가지로 압축해 보려고 한다. 언급한 특징이 한 사람에게서 지속적으로 발견된다면 그 사람은 가스라이터일 확률이 높다.
1. 사과는 한다. 그러나 조건이 붙는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사과는 하지만 꼭 조건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예들 들면 이런 말투다. "바람피워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아내 노릇을 좀 더 잘했더라면 내가 다른 데서 애정을 갈구하진 않았을 거야."라면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교묘히 타인의 잘못으로 둔갑시킨다. 이렇게 '조건부 사과'의 대가가 바로 가스라이터다. 사실 '조건부 사과'는 진정한 의미에서 사과는 아니다. 그저 변명일 뿐이다.
2. 삼각관계와 이간질을 즐긴다.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삼각관계와 이간질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가스라이터의 욕구에 부합한다.
3. 특별대우를 요구한다.
가스라이터는 통상적인 사회규범. 이를테면 예의, 존경, 인내심 같은 것들이 자기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들은 그 규범 위에서 군림한다.
4. 약자에게 강하다.
약자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서빙을 하는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자. 그들에게 함부로 말하는가? 아니면 공손하게 주문하는가. 요구한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물론 자신이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인격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아이와 동물들을 대하는 방식으로도 가스라이팅의 신호를 간파할 수 있다. 아이와 동물에 무심한 것과 그들을 경멸하는 것은 다르다. 도로에서도 가스라이터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가스라이터는 누군가가 자기 앞에 끼어들거나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그것을 개인에 대한 모독으로 여긴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며 보복 운전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5. 약점을 집중 공략한다.
자신의 약점을 털어놓으면 그 정보는 말다툼할 때 당신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오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해 자존감이 많이 하락한 사람이 어렵게 취업했던 스토리를 가스라이터인 직장 상사가 듣게 된다면 이를 이용하여 자신이 마치 엄청난 배려로 함께 일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처럼 말할 수도 있다. 마치 자신이 구제해 준 것처럼 생색을 내기도 한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심리적으로 조정 당하는 계기가 된다.
6. 남과 비교한다.
가스라이터 부모는 종종 자녀를 서로 비교한다. 비현실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 첫째는 알아서 척척하는 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하냐며 비교하는 발언을 일삼는다.
7. 잘나가던 시절에 집착한다.
가스라이터는 종종 자신의 업적을 떠벌린다. 그들이 한때 누군가를 '멋지게 제쳐버린' 일을 또다시 들먹일 때, 당신이 열정적으로 호응하며 찬사를 보내주지 않으면 그는 당신을 괴롭힐 수 있다.
8.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가스라이터는 오직 자신을 떠받드는 사람들 하고만 어울린다. 자신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9. 공감하는 '척' 한다.
가스라이터가 당신의 기분을 얼핏 이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공감에는 로봇 같은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자신은 그 상황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진짜로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척' 일 확률이 매우 높다.
10. 그의 칭찬은 칭찬이 아니다.
무언가 잘했다고 칭찬하며 사족을 붙인다. 자신이 조언을 해줬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었다며 흐뭇하다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상황과 사건의 중심은 자신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면 너는 그런 일을 못했을 것이다'라는 인식이 가스라이터의 내면에 자리한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특정한 이득을 얻으려고 남을 조정하는 사람(소시오패스)과 가스라이터는 어떻게 다를까? 그들을 구분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가스라이터는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들에겐 이간질과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부풀려 말하는 허풍이 늘 존재한다.
가스라이터가 하는 모든 행위는 다른 사람에 대한 권력을 확보하고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한다. 가스라이터 중 상당수는 '자기애 손상'을 보인다. 자기애 손상은 자존심 혹은 자기 가치감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스라이터에게 대응해야 할까? 가스라이터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할 생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똑같이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단기간에는 이런 방식이 통해서 충격을 받은 가스라이터가 잠잠해질 수도 있지만, 속지 말아야 한다. 그는 복수하러 돌아온다. 그래서 가스라이터들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독립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핍이 있고, 연약하며, 상처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 결핍을 자신의 의지대로 휘두르려고 한다.
가스라이터는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가스라이터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는 "너 너무 예민하다"라든가 "농담도 못 하니?"라고 말한다.
가족들 앞에서, 혹은 당신이 가족들에게 처음 인사시키려고 데려온 사람 앞에서 당신에 관한 창피하고 부적절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인사하려고 온 사람이 오히려 당황하는 자리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가스라이터에게 깨달음과 반성은 없다.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특히 가스라이터의 자녀는 결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도 더 높은 기대치를 형성하고 타인과 비교하게 된다. 학급에서 1등 한다면 전교 1등을 해야 하고, 전교 1등을 한다면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결국 끝도 없는 비교로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된다.
그렇다면 가스라이터 가족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가족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할까?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집단 내에서 외면하기 어려워한다. 그래도 가족 모임에 꼭 가야 한다면 적절한 대처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가스라이터가 미끼를 던지고 화나게 한다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응도 해보고, 슬슬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싶으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 장소에서 무슨 수를 써서든 빠져나와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자신을 괴롭히는 가스라이팅 행동을 견뎌야 할 의무는 없다. 확실한 경계를 설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가족뿐만이 아니다. 직장 내에서, 혹은 연인이라도, 오래도록 알고 지냈던 친구라도 사람은 조금씩 변한다. 그 모습에서 가스라이터의 특징을 발견한다면 반드시 거리를 두고 빠져나와야 한다.
참고 도서 : 가스라이팅
저자 : 스테파티 몰턴 사키스
출판 :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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