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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Mar 04. 2024

가족, 친구 관계에서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우는 방법.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어린 시절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먼저 존중했다. 나보다는 타인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의사를 묻는 질문에도 "괜찮아"라는 식으로 답변하게 만들었다. "괜찮아"라는 문장. 전혀 괜찮지 않지만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 내뱉은 말이다.


다른 말로 풀어 보자면 "괜찮아"는 우리가 평화를 깨고 싶지 않거나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할 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할 때 보통 꺼내는 말이다. 즉, 타인의 감정이 우선시 되어 결국 본인은 전혀 괜찮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또한 스스로 세운 바운더리나 우리가 세워야 하지만 아직 세우지 않은 바운더리를 누군가 침범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를 보호하려면 영역의 한계를 표시하는 선을 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바운더리의 정의다. 자신이 설정한 바운더리를 존중해 주지 못한다면 불안해지고 관계를 맺기 어렵다. 그런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관계를 이어가기도 힘들다.


평소에 관계에 휘둘린다고 생각하거나 관계에서 오는 상처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면 바운더리가 어떤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면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 회복하려는 의지가 더 견고해진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에서는 '바운더리'를 명확히 세우는 여러 방법을 이야기한다. 직장 내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바운더리를 세우고 유지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그 밖에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방면으로 바운더리의 예시를 보여주며 자신을 둘러싼 여러 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바운더리. 나를 위한 관계의 적정선

© hjrc33, 출처 Unsplash
바운더리 3단계

1단계 : 바운더리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2단계 : 분명하고 친절한 표현으로 바운더리를 설정한다.
3단계 : 바운더리를 유지한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만약 그런 경우가 잦다면 바운더리가 꼭 필요하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다. 지금 갈등을 겪고 있는 관계가 존재하는지 생각해 보자. 이렇게 자신에게 바운더리가 필요한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호작용은 에너지의 교환이다. 어떤 상호작용 후에는 활력과 긍정적인 기운을 얻지만, 그렇지 못한 상호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은 심술궂은 행동이 아니다. 상대방과 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이어가려는 친절한 행동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일이 불편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갈등은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다.


바운더리를 설정했다면 그다음은 표현이다. 바운더리를 구축하려면 '실제로' 바운더리를 표현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바운더리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추측하게 하거나 힌트를 주거나 암시해서는 바운더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바운더리를 설명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대화 예시 스크립트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에서는 바운더리를 알리는 방법도 상세히 알려준다. 저자가 직접 개발한 단계별 표현법에는 색상을 활용한다.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의 3가지 단계로 각 단계마다 대화의 수위와 조절법이 다르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바운더리 단계를 설정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비로소 관계에서 바운더리가 제대로 동작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포기하지 않는 법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상사와 직원의 관계처럼 권력의 역학이 있을 때면 언제나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과정이 훨씬 더 힘들어진다. 직장 내에서 바운더리를 유지하면 건강한 직장 문화가 형성되며 이는 모두에게 유익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中


바운더리를 유지하는 상태는 직원 스스로의 정신 상태를 건강하게 만든다. 이러한 직원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타나고 번아웃과 같은 악순환으로 가는 길을 막는다.


바운더리는 근무시간에 최고의 성과를 내고, 근무시간 외에는 효과적으로 재충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을 개선한다. 존중과 믿음이 있는 문화를 만들고 사기와 의욕, 충성심을 높이며, 좋은 직원들이 번아웃이 되지 않게 지켜준다.


스스로에게도 건강한 바운더리는 무례하거나 이기적이거나 불성실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주의 점은 건강과 평안을 우선시한 자신의 결정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설명하거나 정당화하거나 '이번 한 번만' 양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 바운더리는 더 나은 관계를 만들려는 행동이고, 건강한 직장 내 바운더리는 우리가 최고의 성과를 내고 성취감을 느끼며,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Tip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가족

© sandym10, 출처 Unsplash


가족 구성원과 건강한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은 직계 가족이나 확대가족과의 관계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족과 형성한 관계가 연인, 친구, 동료와의 관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 바운더리 설정이 어렵지만 그보다 더욱 어려운 바운더리 설정이 가족 내에서 벌어진다. 대한민국은 집단주의 사고방식이 팽배한 나라다. 이러한 특성상 가족 내에서 자신의 바운더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은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그렇지만 가족 내 바운더리 침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역할 관계에서 비롯되며 해결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의 저자가 제시하는 어떤 대화나 시나리오도 정답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대응을 보며 동일하게 바운더리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바운더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본인뿐이다. 책에서 언급한 가족 내에서 바운더리 침해를 살펴본 결과 나에게 적용한 문항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계획(휴가, 출산, 일)에 자신을 포함시킨다.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불합리한 기대를 갖고 있다.

            가족 모임이나 휴일, 기타 행사에 참석하기를 강요한다.          


가족 간의 바운더리 Tip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다. 우선 시간을 나 자신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바운더리를 설정할 수 없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 "제발 우리한테 말하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오지 마세요."라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보자. 물론 부모님 중에는 "내 아들(딸) 집에 내 마음대로 오지도 못하게 하냐?"라는 말로 침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결혼한 자녀를 존중하지 못하는 생각이다.

            바운더리를 반복해 이야기할 준비를 한다. 가족처럼 오래 지속된 관계에서는 하나의 바운더리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당신의 감정을 우선시한다.

            죄책감과 평가, 비난을 거부한다.

            금방 쉬워진다. 대부분의 경우 바운더리를 실행하기 위한 첫 경험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상상하는 것보다 금방 익숙해진다. 한 번이 어렵지 그 뒤로는 조금씩 수월하다.          


바운더리는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바운더리를 존중해 주길 바라듯이 타인의 바운더리를 존중하는 태도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관계에서 셀프 바운더리의 힘을 간과하지 말자.




서운하다는 사람들에게 대처하는 법

© letanloc1941995, 출처 Unsplash


바운더리를 지키려 할 때 누군가 이를 존중하려 하거나 반발하거나 분노를 표하는 것을 겪다 보면 자신이 결정한 바운더리를 유지하려는 결심이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처음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상대방의 분노와 혹은 비난으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너는 너무 예민하게 굴어"라는 가스라이팅부터 "우리는 그냥 너를 도우려는 거야"라고 말하는 수동적 공격, 그리고 "너는 얼마나 더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하겠니?"라는 노골적인 공격까지 여러 부정적인 반응에 흔들리기 쉽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에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물론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멘탈이 흔들리기도 하고, 분노의 감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에 곧바로 대응하기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서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상대에게 시간을 주라.

            일관되게 친절하라.

            충분히 공유하라.          


그래도 거부한다면 반응은 그들의 몫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바운더리에 책임을 지고, 분명하고 친절한 언어로 소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간관계가 개선되는 경험을 한두 번 겪다 보면 바운더리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들과 본인을 위해 사랑으로 설계한 친절한 행위임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스크립트를 보며 자신에게 적합한 바운더리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바운더리를 계속 유지한다면 분명 심리적 안정감은 뒤따라 올 것이다.




참고 도서 :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저자 : 멀리사 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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