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연락만 주세요

이녀의 남자 씀

by 구황작물

십여 년만에 대학 선배들을 만났다. 만남의 장소는 한 선배의 가게 안. 오랜만이라며 선배는 각종 고기를 준비했다. 실컷 구워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난 역시 후배보단 선배랑 잘 어울리는 타입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하며.


거하게 먹고 마시고 즐겁게 헤어졌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전화를 잘 받는 편도 아니고, 마침 좀 복잡한 일처리를 하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다시 전화를 했다.


“오! 이제 연락이 되는구나. 나 부탁할 게 있어서 전화했었다.”


순간 ‘뭐지? 나 통장에 용돈 얼마 없는데 돈 빌려달라고 하면 어쩌지? 아이씨 괜히 모임에 나갔나? 아내한테 뭐라고 말하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자 형의 이어지는 말.


“우리 아버지가 사회생활도 오랫동안 안 하셨고... 나도 그렇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운구할 사람이 없다. 시간 괜찮으면 너한테 좀 부탁할게. 며칠 안 남았어.”


아..

우리나라 장례 문화.


내 아버지 장례 때 끝까지 남아 더 도울 일은 없는지, 남은 절차는 없는지 계속 물었던 형. 그러면서도 내 얼굴을 살피며 어쩐지 미안해하던 형의 얼굴이 생각났다. 얼른 답했다.


“형님. 연락만 미리 주세요!! 당연히 해야죠!”


말하고 보니, 돌아가시는 분의 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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