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여자의 동네사진뎐
게으른 꿍꿍이
1
작은 집 하나를 마련하기로 한다.
20평 남짓의 2층 주택이면 적당하겠다.
아래층에는 작은 밥집을 하는 게 좋겠다.
거기서 뜨끈한 국수 한 그릇
말아 팔아도 좋겠고,
가벼운 술과 안주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이
목을 축여도 좋겠다.
그도 아님
몇 가지의 차와 과자를 놓고
오며 가며 수다 고픈 사람들의
사랑방이어도 좋겠다.
그곳에서 게으른 나는
내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적절한 노동으로
약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음 좋겠다.
그러면 그것으로 내 아이들 먹이고 입히는
소소한 것들을 해결하고..
나머지 선물이 되는 잉여의 시간들을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겠지...
2
2층에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잠자리를 준비하자.
간단한 이불가지와 옷만 챙겨서
번거롭지 않은 살림을 준비하자.
차 한잔 끓일 주전자 하나와
라면 하나 끓일 불만 있어도 되겠다.
누런 아침 햇살이 마루를 절반 쯤 차지할 즈음에
방문 앞에서 밥 달라 칭얼대는
냥이들의 소리에 잠을 깨고 ..
드르륵 드르륵
이름 모를 나라의 이름 모를 검은 콩들을 갈아서
눈 비빈채 느긋한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어찌 되었든 나라가 애들 글과 셈은 가르쳐주니
나는 아이들 교육에 열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다만 학교 다녀오는 아이들
눈 마주치고 웃어주는 일만 하면 된다.
손님을 위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씩 더 얹으면
내 식구들 배 곯을일 없고
이렇게 쉬운 어미 노릇을
왜 모르고 살았을까..
한없이 모자랄 따름이다..
3
봄이 되면
그 화사한 꽃 냄새에 취해
술 한잔하고
추저 추적 비오는 날엔
온 세상 그득한 축축한 습기
내 집안으로 들여 함께 술한잔 하고
땀흘리고 고되었던 하루를 끝내고 나면,
흘린 땀 만큼 맛있는 술 한잔
내 좋아하는 남편과 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마당 한쪽 우리 식구들 좋아하는
작업실 창고 하나 지어다가
다섯이 옹기종기 모여
글자 나부랭이랑 그림 쪼가리 만들고..
참한 흙이나 구해다가
밥 그릇이나 몇 개 주물주물 만들어 보고..
그렇게 하루 해가 떠서 지는 거 보면서..
그렇게 계절이 지나가는거 인사하면서..
좋아하는 친구들 안부 물어가며..
잘난 것 못난 것 없이 두루 무던하게 ...
흙탕물에 빠지지 않게
내 머리속 맑게 닦아가며.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리 살면 참 좋겠구나.. 하는
게으른 꿍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