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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세젤이맘 Nov 20. 2022

9살 아들이 벌써?!




9살 첫째는 맞벌이 부모를 둔 덕에 학교를 마친 후 매일 2-3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다.


점심은 잘 먹었는지, 학원은 제시간에 도착했는지, 다른 요일과 헷갈리지 않고 스케줄에 맞게 학원을 잘 찾아갔는지 안절부절못하며 아이의 동선을 체크했던 1학년 때와는 달리, 2학년이 되자마자 학원 알림 문자가 오지 않아도, 아이 핸드폰이 꺼져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또래 남자아이들보다는 비교적 실수하지 않고 하루 일과를 잘 소화하고 있다.


사무실 동료 여직원은 4학년인 딸에게 하루에 적어도 5-6번의 전화를 받는다. 학교 끝나면 한번, 점심 먹고 한번, 학원 갈 때 한번, 끝나고 한번, 친구와 놀 때 한번...

사무실 직원들은 그 여직원 딸아이의 전화로 지금이 몇 시인지 체크될 정도로, 딸아이는 매일 그렇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 자기의 일과를 얘기하고 있었다.


반면, 전화를 안 해도 너무 안 하는 우리집 큰애가 생각나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본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여지없이 비행기 모드에서 일반 모드로 전환도 안한채 어딘가에서 자기 하루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언제 이렇게 훌쩍 커버렸나

아무리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2학년인데.. 너무 빨리 엄마품에서 벗어나는것 같아 서운한 맘이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요즘 큰애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친구'다


2학년 초반, 아들이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질문은 오로지 하나였다.


'엄마~!! 나 오늘 몇 분 놀 수 있어?'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원들 스케줄이 바뀌면서 요일별 가야 하는 학원과 시간을 적은 스케줄표를 가방에 넣어줬다. 몇 시 몇 분인지는 알았어도 몇 분 남았는지, 시간 덧셈 뺄셈을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던 큰애는 오로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몇 분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조금 많이 놀 수 있는 날이네, 40분 정도 놀 수 있겠다'

'아싸~~!! 고마워 엄마~ 나 놀다가 3시에 학원 가면 되는 거지?'


잠시 후 2시 50분쯤, 큰애가 학원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40분을 4시간처럼 놀다가도 학원 시간에 늦는 법은 없었다.


큰애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 2-3개를 마치고 돌아오면 6시가 넘는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학교 숙제, 학원 숙제를 하고 나면 9시, 곧 자야 하는 시간이 된다.


9살, 이제 겨우 2학년인 아이가 얼마나 놀고 싶을까 싶어 하루에 1시간 정도는 놀 수 있게 학원 시간을 조정해줬지만 매일매일 아무리 놀아도 노는 시간은 부족해 보였다.


퇴근무렵,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저쪽 구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커뮤니티 계단 한쪽에 공간이 있었는데 아들이 친구들과 약속장소를 잡던 바로 그 일명 '지하 파크루' 였다.


엊그제 새로 사준 점퍼를 깔고 앉아 제법 진지하게 딱지를 치고 있는 큰애와 친구들이 보였다. 까르르 까르르 저러다 진짜 배꼽이 빠지지 싶었다.  옷 더러워진다고 한마디 던지고 말지만, 순수한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오직 저때만 저렇게 놀수 있지 싶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고 만다.


언제부터 큰애는 주말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시간 구애받지 않고 맘 놓고 놀 수 있는 날이 아니던가


9시에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8시부터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다음 주말은 친구 엄마가 피자와 치킨을 사주기로 했고 하루 종일 놀기로 약속한 날이란다.

12월 친구 생일날은 친구 집에서 미니마켓을 열어 물건을 사야 하니 돈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주말 스케줄을 잡으려면 아들 녀석 스케줄부터 확인해야 했다.


지난 주말, 아빠는 일하러 가고 혼자서 아이 둘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찬아~~ 오늘 소율이 데리고 호수공원 가서 치킨 먹고 놀자!!'

순간 큰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자기는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했다


헉.. 이제 겨우 2학년인데,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아이들이 4-5학년 정도 되면 이제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근데 우리 큰애는 이제 겨우 2학년인데 벌써부터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즐겁다고 한다. 겨우겨우 달래서 호수공원에 나가 산책도 하고 치킨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큰애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면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이번 주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같이 쉴 수 있는 주말이다.


' 이찬아~ 엄마는 내일 이찬이랑 호수공원 가서 손잡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시간 보내고 싶어'

'아......... 나는 별론데....'

'이찬아 주말에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은데 엄마 아빠도 주말에만 쉬잖아, 우리 가족들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말뿐인데 가족들하고도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아들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생각에 잠기더니 환한 얼굴로 말했다.


'에이 그래!! 낼 엄마도 놀이터로 나와!!'


하하하하!!

그래 이제는 엄마가 너랑 놀기 위해서는 엄마 좋아하는거 말고, 아들이 좋아하는 걸 해야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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