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세젤이맘 Dec 06. 2022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좀 더 즐겁게 읽는 방법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좀 더 즐겁게 읽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이 있다.

책은 나의 얄팍했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깨우쳐 주고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열어준다는것, 알아가는 것의 기쁨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친구보다도 나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준다는것, 마음이 차오르는 시간을 선물해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놀라운 즐거움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사실이다.


인생책을 만날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문장들을 만날때 마다 옥상에 확성기를 들고 올라가 '여러분~~ 이 책 너무 좋아요!! 꼭 읽어보셔야 해요!!' 라고 외치고 싶지만,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인스타나 블로그에 심히 소감을 남기고 만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친구와 함께 읽는 즐거움'이 '혼자 읽는 즐거움'보다 우위에 있다고 했다.  같이 책을 읽은 사람과 어울릴 때 책 읽는 기쁨은 두배가 된다. 서로의 지적 자극을 주고 받으며 깊게 사고하는 방식을 배운다. 


유명 연예인의 결혼 소식이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소식 만큼이나 좋은 책을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좋은 것을, 나만 알기 아까운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많거나 책 읽기 좋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면 모를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럼 어쩔수 없다, 나라도 찾아 나서야지


몇일 전, 3년 동안 이어온 '하루 30분 책읽기' 온라인 모임의 오프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하루 30분 책읽는 습관을 들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좋은 책 소개, 책을 읽고 느낀 점, 책 읽기 좋은 장소, 여행지에서 책 읽는 기쁨, 책을 통해 얻는 깨달음을 실천하느 법 등 책과 관련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나의 확성기가 되어 준 소중한 모임이었다.


약속 당일, 약속 시간은 1시였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작년 이맘때쯤 가봤던 나의 인생 북카페에 먼저 들리기 위함이다.


외출하기 전 책장 앞에 선다

오늘은 어떤 책을 들고 갈까?

어제 읽다 만 책을 들고 갈까? 아니면 북카페와 어울릴만한 책? 맞다, 책모임 친구들에게 추천할 책도 넣어야지.. 어제 도착한 책도 궁금한데.. 참, 북카페에 책이 있지? 아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 없으면 어쩌나..


결정장애 증상은 오늘도 중증이다.

어제 읽다 만 책, 책모임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새로 도착한 책 3권을  챙겨 나선다.


예쁜 장소에서 책 읽기


몇년전 부터 다양한 테마의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좋아하는 쥔장과 수요자들의 입맛에 맞게 북카페도 많이 생겼다.  카페들에 비하면 아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전국 유명한 북카페 리스트를 검색해봐도 거리상 쉽게 가기가 어려웠다.


마포에 위치한 채그로는 책 읽기 좋은 다양한 요건을 모두 갖춘 북카페였다. 물론 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기준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기도에 살고 있는 내가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 곳.



커피와 디저트, 넓은 공간, 원목테이블, 서울을 품은 한강뷰, 통창, 조용한 음악, 그리고 책들..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자리와 노트북을 할 수 있는 자리, 여러명이 모임을 할 수 있는 자리 등 용도별로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큼지막한 테이블과 널찍한 공간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서울 도심을 품고 있는 탁 트인 한강뷰는 이 북카페의 절정이다.


예쁜 공간과 아름다운 음악은 이 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좀 더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책에 집중하는 나를 좋아해주고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곳, 책과 책 읽는 나를 가장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 여기, 나와 같은 공간, 시간의 흐름속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나처럼 '책' 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으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채그로에서 혼자만의 시간 보낸 후 약속 장소인 도화아파트먼트 북카페로 향했다.

오늘은 책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는 날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피를 나눈 가족일지라도 나만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어쩌다 대화도중 책 이야기를 꺼내면 쓸데없이 진지하다, 분위기를 왜 무겁게 만드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니말이다.


그동안 묶혀 놓았던 책 수다 갈증을 한꺼번에 풀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설레기 시작했다.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책 이야기가 시작됐다. 최근에 재밌게 읽었던 책, 좋아하는 작가님을 직접 찾아간 이야기, 퇴사를 결심했을 때 도움을 준 책, 책에서 알게된 인생 명언 등 1시간, 2시간 시간이 흐르는 지도 모른채 책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위층에 진열되 있는 책 들을 구경하러 갔다.


이곳 도화 아파트먼트 북카페는 커피와 빵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한층에는 책들이 진열되 있어 누구라도 맘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곳 쥔장의 취향대로 큐레시션된 책들이 마음에 들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떤 에세이편은 꼭 나를 위해 준비해둔 책장 마냥 한권 한권 모두 눈길이 갔다.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제목을 본다. 마음에 들어 온 제목의 책을 꺼내 목차를 훑어보고 프롤로그와 서문을 읽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몰랐던 책, 제목이 확 꽂히는 책, 그냥 디자인이 예쁜책...그 중 몇권의 책을 모아 사진을 찍어 저장해뒀다.


모두들 각자의 취향대로 진열대 앞에 서서 여러권의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반가운 책을 만나면 속삭이는 목소리로 서로에게 소개도 해주고, 우연히 같이 읽은 책이 나타나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공유한 마냥 키득키득 기쁨에 겨워 소리없는 함박웃음을 짓기도 한다.


30분정도 지났을까? 누군가와 이렇게 맘놓고 책구경을 할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책이라면 그냥 다 좋은거지, 책의 크기, 표지 디자인, 종이 재질, 글자체도 눈여겨 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맘속에 품고 있는 꿈, 훗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권을 만글게 되면 어떤 모양의 책을 만들게 될까를 상상하며 이런저런 구경은 계속된다.


언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나요?


대학때 전공수업이 재미없어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고 일본에 관심이 생기면서 읽기 시작한 책 사랑이 계속되고 있다는 친구, 해외유학 시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부모님이 추천해 준 책이 시작이었다는 친구, 마흔무렵 인생의 알수 없는 허함을 채우기 위해 읽기 시작한 나까지...


다른 모임이지만 어려서 부모님이 서점을 운영했다는 친구, 부모님이 독서광이었다는 복받은 친구들도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과 이유는 모두 달랐지만  안한 인생의 터널 속에서 책이라는 친구를 통해 위로와 희망의 불빛을 손에 들고 한단계 한단계 좀더  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


앞으로도 마음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울 때, 한치 앞도 알수 없는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맛볼때마다 책이라는 친구 옆에 두고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좋아하는 걸 더 재밌게 잘 즐기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이 있을까





오늘도 나는 책 한권을 들고 예쁜 카페에 간다.

햇볕이 잘들어오는 창가자리에 앉아 향긋한 커피한잔을 마시며 오늘의 책을 음미해본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구석진 맨 끝자리, 안경 낀 젊은 남자분도 혼자서 책을 보고있다. 반갑다. 어떤 책인지 너무 궁금하지만 아쉽게도 들고있는 책 제목은 보이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더 재밌게 즐기는 법 궁리하기,

책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업 시켜줄 그 무언가를 오늘도 찾아가본다.














 




작가의 이전글 9살 아들이 벌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