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뛰어든 '채팅 지옥'..청소년 성매매 리포트②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

by 내일도무사히


청소년 성매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채팅 지옥'에 뛰어들었다는 것까지가 지난 글의 주요 내용이었다.


물론 그렇게 파악한 것도 얄팍한 실태에 불과했겠으나 2019년 이 시점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 16세 여중생이라는데 성 매수 제안할까?


마부작침은 랜덤채팅앱에서 16세 여성(중학생)으로 가장했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나온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평균 연령을 쓰기로 했다. 앱들에서 미성년자 참여 불가를 명목으로 16세로 나이 입력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증할 필요가 없어 거짓으로 입력해도 아무 문제없었다. 채팅 중 나이를 물으면 16살이라고 답하기로 했다. 채팅을 시도하되 상대가 성 매수 의향을 밝히면 거부하고 반응을 보기로 했다.


채팅에 임하는 목적은, 청소년 성매매 실태를 보여줄 수 있는 채팅 데이터 수집이었다. 데이터가 없기에 아예 채팅에 참여해 생산해보려는 의도였다. 데이터 수집에 성공하려면, 혹은 '얘기되는'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채팅 상대자들이 성 매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과연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설마 미성년자인데, 청소년인데 성 매수하겠다는 이들이, 단 며칠의 채팅으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많을까. 어설픈 청소년 빙의에 대화는 제대로 이뤄질까. 걱정이 적지 않았다. 만약 너무 적다면 이 채팅 시도는 실패다.


● 미성년자라도 괜찮다는 그들


기우였다. 닷새 중 첫날 오전 9시, 접속하자마자 쪽지가 쏟아졌다. 프로필을 20세 여성으로 했을 뿐이었는데도 그랬다. 골라서 대화할 수 있었다.


학원강사라는 닉네임의 남성, 처음부터 '두 번에 40'을 제안했다. 학생이라고 답하자 "괜찮다", 미성년자라고 말하자 또 "괜찮다"면서 "어디냐, 지금 운전 중이니 바로 가겠다"라고 재촉했다. 안 하겠다고 하니 가격을 한 번에 30만 원으로 올렸다. 안 하겠다고 재차 말하자 "자기처럼 매너 좋고 괜찮은 사람 없다"라며 집요하게 설득하려 했다.


처음부터 운 좋게도 성 매수남이 걸려든 거였을까. 아니었다. 말을 걸어온 상당수가 비슷했다. 1,034명과의 채팅 내용을 정리해 목적 따라 분류했더니 64%, 약 3분의 2가 성적인 목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성 매수와 성적 목적 채팅, 성적 목적 만남, 단순 채팅과 단순 만남, 기타로 나눴는데 처음의 학원강사처럼 금액 제시하며 성 매수를 요구한 경우는 성 매수, 금액 제시가 분명하게 없었으면 성적 목적의 채팅과 만남으로 분류했다.


채팅 내용 중에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단순 만남과 단순 채팅으로 분류했으나 랜덤채팅앱에 굳이 들어와 채팅하는 이유가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좀 더 대화를 나누다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채팅 데이터에 드러나지 않았기에 확언할 순 없었다. 이렇게 보수적으로 집계했는데도 3분의 2가 해당했다.


● 청소년 성 매수, 그들에겐 일상 같았다


노골적인 성 매수를 요구한 이들은, 전체의 26% 정도였다. 이들에게 미성년자라고 밝히자 "괜찮다, 상관없다"라고 답한 게 80%였다. 안 하겠다고 하자 64%는 "돈을 더 주겠다"면서 성 매수에 응할 것을 적극 설득하려 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청소년 성 매수라는 범죄행위가 그들에게는 그저 매일 업무로 직장 동료와 채팅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처럼 보였다. 버젓이 학원강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라든가,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며 어떻게든 16세 여중생을 유혹하려는 자들이 어디 외계에서 왔을 리가 없었다. '채팅 지옥'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저들은 내 주변 어디에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 더럽고 입맛이 썼던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특히 채팅 데이터 수집과 정리의 상당수를 담당했던 안혜민 기자는 "한 마디로 더러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성 매매와 관련해서는 그래도 논란이 벌어질 만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청소년 성매매는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명백한 불법에, 청소년-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10대를 대상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짐승들이 즐비했다.


그 실태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싶었다. 채팅앱을 임의로 선정해 닷새 동안 중복 가능성도 있는 1천여 명과 채팅한 데이터가 신뢰할 만하냐고 따지면 아닐 수도 있다고 답해야 할 것 같다. 팀원들이 채팅에 직접 참여하고 또 16세 여성으로 가장한 행위가 윤리적으로 정당하고 적절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바로 그렇다고 답하기도 어려울지 모르겠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고 대개들 심증은 갖고 있으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청소년 성매매의 실태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데에, 지식과 역량의 한계 때문이겠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단속을 피해, 감시를 피해, 이런 식의 청소년 성 매매 행위가 도처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 아마도 분명해 보여 기사를 쓰고도 입맛이 썼다.

(일부 댓글... "어른에게 성을 파는 청소년을 처벌해야지, 청소년에게 유혹되어 성을 산 어른을 처벌해서는 안된다" "술은 판매한 업주 처벌하면서 성은 왜 구매한 사람 처벌하냐"... 입맛이 더럽게 썼다.)


● 이것도 데이터 저널리즘일까


데이터 저널리즘의 영역이 어디까지일까. 너희가 한 게 무슨 데이터 저널리즘이냐고 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취재를 하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기사를 써도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필요한 보도였고 의미 있는 기사였다고 우리끼리 자평한다.


외부 평가도 괜찮은 편이었다. 2019년 6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고 불법촬영과 청소년성매매 리포트, 부부살인까지 성폭력 범죄 3부작 보도로 양성평등미디어상 대상을 받았다. 상금 일부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십대여성인권센터에 기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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