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지옥'에 빠지다..청소년 성매매 리포트①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

by 내일도무사히

'불법촬영 대한민국' 시리즈가 판결문 지옥이었다면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는 채팅 지옥쯤 될 것 같다.


2018년 4월 마부작침은 <2018 성매매 리포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언론, 특히 방송사에서 과거 흔하게 나왔던 클리셰 같은 '신종 성매매 수법'은 단 한 장면도 들어가지 않았다. 성매매 실태 조사 결과와 경찰의 자의적 단속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단독 입수한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와 경찰의 '전국 254개 경찰서별 성매매 단속 현황'을 중심으로, 데이터 분석과 현장 취재를 적절히 조합했던 데이터 저널리즘의 성매매 실태 보도 시리즈였다.


● 청소년 성매매, 메시지는 명확했지만... 뭘?


<불법촬영 대한민국> 시리즈를 마치면서 다음 프로젝트로 일찌감치 성매매 리포트의 후속 시리즈를 고민하고 있었다. 다만 2018년 4월 성매매 리포트 보도 이후 1년 만에 업그레이드 버전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선택하고 집중한 건 청소년 성매매였다.


성매매도 그렇지만 청소년 성매매는 더더욱 메시지가 명확했다. 명백한 불법, 그러나 근절되지 않고 있음... 어떻게 해야 하나? 실태는 어떠한지, 왜 근절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가 여기서도 문제였다.


● All & Nothing=Data...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데이터 저널리즘에서 데이터는 핵심이자 근간, 모든 것이 데이터고 또 모든 게 데이터가 아니기도 하다. 말장난 같은 이 말의 의미는, 취재하려는 모든 것과 관련된 모든 것, 당사자의 발언, 행동부터 주변인들의 행태나 공식/ 비공식 문서, 영상과 음성 할 것 없이 모든 게 데이터가 되지만 이것들을 그저 모아만 놓는다고 데이터가 될 순 없다는 것. 당연한 말이긴 하다. 당사자 인터뷰도 훌륭한 데이터. 이를테면 성매매 매수자, 매도자 양측 인터뷰를 수십, 수백 건 해서 정리해 보도한다면 이것 또한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가 될 수 있다.


팀 내 토론을 거쳐 원칙으로 정했던 건, 성 매수자에 초점 맞추자, 성 매매의 자세한 수법이나 적나라한 상황 묘사는 지양하자,였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수 있으니 취재와 기사는 건조하게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뭘 할 수 있을까. 청소년 성매매 문제 역시 선행 보도가 있기에 그걸 살펴봤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2017년 12월에 했던 <H.I.M 프로젝트>가 있었다.(https://www.youtube.com/watch?v=KZTEhC-HfEg) 청소년 성 매수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다. 2019년 3월 TV조선 탐사보도 세븐도 보도했다.(https://youtu.be/OgWFnyHN6GE) 역시 청소년 성 매수자를 다양하게 만났다. 그대로 할 수는 없고 다르게 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새로운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기로 했다.


● 1,034명과 채팅... '채팅 지옥'을 경험하다


랜덤채팅앱. 청소년 성매매가 성사되는 창구, 통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부터 텔레그램 등 다수가 쓰는 메신저 앱도 있으나 데이트나 온라인 친구를 사귀기 위한 용도의 채팅 앱들이 활용되고 있었다. 랜덤으로 채팅한다 하여 흔히 랜덤채팅앱이라는 이것들이 성매매, 특히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었다. 하루에서 수십, 수백, 수천 건의 채팅이 이뤄진다는 이 앱들의 데이터를 입수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또 벽에 부딪쳤다. 해킹이라도 하지 않는 한 청소년 성매매를 위한 대화가 오가는 채팅 내역을 입수할 방법이 없었다. 업체들 협조를 받는다면 혹 가능할 수 있지만 앱 운영업체들이 협조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채팅을 해보기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파악한 다수 사용 랜덤채팅앱이 있기에 그 기준에 따라 4개를 선정했다. 팀원들끼리 나눠 오전, 오후 수시간씩 닷새 동안 진행했다. 채팅 내용 캡처를 막아놨기에 따로 PC 화면을 녹화해 그걸 다시 일일이 옮겨 정리했다. 여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평균 나이는 16세, 그래서 우리도 '16세 중3 여중생'으로 가장했다. 자료 수집 기간에 대화를 나눈 상대는 1,034명. 그렇게 1천 명과의 채팅 데이터를 수집했다.


1천 명과 채팅 소감은... 한 마디로 '채팅 지옥'이었다. 그 체험담과 분석 내용은 다음 편에서 전하겠다.


*랜덤채팅 데이터를 수집 중인(채팅 지옥에 들어간) 마부작침 안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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