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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도무사히 Dec 14. 2016

여기, 헬조선..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북적북적 70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듣기


현 시국의 중심인물은 대통령이니 대통령을 제목으로 쓴 책을 골랐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려서 희망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장래희망은 대통령"... 인 아이들이 요즘에도 있을까요? 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더러 있었던 것 같고 중학생 이후부터는 그런 얘기 하는 친구는 농담을 잘하거나 아니면 과대 망상이 심하거나 그렇게 봤던 것 같습니다. 2016년 지금 아이들은 어떨까요. 


'대통령'이 장래희망이라는 건 꿈을 크게 갖는다는 상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서의 꿈은 좀더 실현가능한 것으로 작아지거나 구체화하지요. 수년전 아이들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혹은 공무원을 장래희망 1순위로 삼는다는 기사를 보고 '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자퇴 뒤 대학에 가지 않고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 합격해 화제가 됐던 18살 청년의 일화가 충격적이었습니다. 해마다 20만 명 넘는 이들, 대부분 20대 30대들이 그렇게 많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현실입니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이제 어디에 가 있는 걸까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게 했던 동력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갓 20살 된 정유라씨의 행태와 이를 뒷받침해준 최순실씨의 무소불위 권력에 따른 횡포에 대한 분노도 비중이 적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같은, 인구에 회자되는 정씨의 SNS 글도 기름을 부었죠.


"잘 하든지 잘 태어나든지", "지옥을 떠나 더 나쁜 지옥으로", "아니꼬우면 공무원 하라는 사회"... 오늘 읽을 책의 1부, 2부,3부의 제목들입니다. 그리고 책 제목은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입니다.


책은 다소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지구에서 18광년 떨어진 FPG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자처합니다. 자원 고갈로 곧 사라질 운명인 이 행성은, 지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고 지구에 있는 수많은 나라 중 어디로 갈 것인지 조사에 나섭니다. 그중 저자가 맡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프롤로그를 잠깐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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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1)

"지도자들은 현재 시점에서 청춘들이 '무엇에' 그리고 '얼마나'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의 집결지인 노량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들이 한국사회의 공공 시스템을 '불신'했고, 이와 비례해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매달릴 걸 찾았는데 그게 공무원 시험이었다. 공무원 시험이 없었다면 한국에선 진작 혁명이라도 났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우리가 묻고 또 물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도대체 한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안 바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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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도대체 한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안 바꿀거야?" 본론에 들어가서는 한국 탐구에 나선 외계인 저자가 노량진에서 만난 갖가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우울함이 더해갈 정도로 적나라한 사례들입니다. 그중에 한 지방대생 이야기를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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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2)

"가정에서부터 '패배자' 정체성을 듬뿍 주입받은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지방대에서는 '우리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공무원'이라는 공기가 흐른다. '세상이 더러우니 공무원이 되자'는 곳에서 이들을 향한 사회적 혐오는 면죄부를 얻는다. 그러니 지방대생들은 가정에서뿐 아니라 일상의 혐오에 상시적으로 무방비로 노출되어버리니 그들이 '탈출구'를 찾는 심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도서관만이 아니라 캠퍼스 곳곳에서 '9급 공무원 교재'를 들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가끔 7급 공무원 시험 교재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인상도 남다르다. 그는 심각하지만 당당해보인다. 1970~80년대에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같은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던 대학생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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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던진 질문에 대한 한국인들의 대답은 대체로 "그런 질문 던진다고 사회가 변하냐!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다'입니다. 지금 한달 넘게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의 경험이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합니다만, 진행 중인 현재를 제외하면 그래왔습니다. 이 대체적인 답변에 대한 대목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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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3)

"'사회가 변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나쁘게 변한다 는 명백한 진리다."


"한국인들은 이미 인간이면서 '인간이 되기 위한' 경쟁을 한다. 누구나 실패하면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강박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선택하느냐가 무척이나 중요하니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검증된 직업군'(그래서 공무원!)에 대한 맹목적 선호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해도, 실은 모두 기만"이다." 


우울해지는 지금 여기, '헬조선'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책입니다. 제목도 질문이죠. 저자의 바람을 담은 에필로그의 한 대목과 제목의 의미를 담은 프롤로그의 다른 부분을 이어서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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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4)

"나는 이 책을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집필했다. 이는 내 나라에 대한 배신이 아니다. 오히려 내 자녀들이 자신들의 부모가 살았던 여기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에 이 힘든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떠나지 않으려면 잘못된 부분이 확실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마땅하다."


"공무원이 되려는 이들을 자신의 희망을 '거세'한 나약한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이들은 윗세대가 잘못 만들어놓은 시궁창 같은 현재에서 단지 생존을 위한 '모험'을 너무나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 엄청난 사회적 낭비다."


"그래도 '아이 때는' 대통령을 꿈꾸는 경우가 많은 사회를 희망하는 '현답'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니 (제목의) 저 질문은 '현재의 젊은이들'을 꾸짖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만들어낸 한국인 모두'를 향한 것이다... '모두의' 존엄성이 지켜질 때 덩달아 '나'라는 개인의 주체성이 오롯이 인정될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지당하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책은 요즘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이 혹시 있었더라도 '어휴, 저런 대통령은 하고 싶지 않다' 하겠다는 느낌도 아이러니하게 듭니다. 대통령이 좀 멋있고 훌륭한 일을 많이 하고 그래서 본받고 싶고 목표로 삼고 싶고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돌아보면 우리 역대 대통령 중에 몇 명이나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첫 여성 대통령이었는데, 여성으로서 문제가 있거나 잘못했던 부분은 다른 문제에 비하면 극히 적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회의 '유리천장'을 처음으로 깬 여성의 큰 상징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도 현재 대통령은 잘못한 점이 대단히 크죠.


12월입니다. 날도 추워지고 해도 짧아지고 바쁜 와중에도 책과 함께 보내는 즐거움을, 책 읽는 즐거움, 책 읽는 소리 듣는 즐거움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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