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서, 어른으로

딸의 말 한마디가 남긴 질문

by 쭈쓰빵빵

중학교 3학년이 된 딸은 새 학년을 맞아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며, 학교 생활 대해 내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가 보다.

어제는 기술·가정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미혼의 여자 선생님이라고 했다.
딸은 그 선생님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편견이 없는 사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선입견 없이 대하고,
그 덕분에 평소 성적이 좋지 않던 친구도 그 과목에서는 100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어떤 환경에 놓인 학생이든 믿어주고,
그 아이의 재능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고민해 주는 선생님.
학교에 잘 나오지 않던 한 학년 위 언니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해
지금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딸이 말했다.
그 선생님은 정말 멋진 어른이야.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그 말을 듣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그 선생님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동시에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

딸에게 나는 늘 ‘엄마’였다.
그리고 당연히 ‘어른’이기도 했다.
엄마로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고,
물질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부족함 없이 채워주려 애써왔다.
그 역할 속에서 나는 충분히 행복했고, 또 충실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는 자랐다.
아이의 눈에, 어떤 어른은 유독 멋있게 보이고
닮고 싶은 존재가 되는 모양이다.

그제야 궁금해진다.
나는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나는 옳고 그름을 가르는 기준을 가지고,
싫은 행동에는 단호하며,
예의와 바름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나는 편견과 아집으로 자신을 단단히 채운 사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는 애써왔지만,
좋은 어른이 되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던 나에게,
문득 작은 소망이 생긴다.

이제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다듬어야겠다.
내 안의 편견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서.

그래서 언젠가는
내 딸의 눈에도 내가 ‘멋진 어른’으로 비치길.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나도 그 아이에게 사랑받고 싶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