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서른다섯, 늦은 나이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나는 처음 하는 것이 많아졌다.
이를테면 벌레 잡기, 형광등갈기, 샤워기 호수교체 등등등
내 자금사정에 따라 얻은 집은
첫날부터 샤워기 호수가 낡아
끊어지는 바람에 샤워를 할 수가 없었다.
그날 처음으로 유튜브를 찾아가며
샤워기호수를 교체했다.
육각렌치를 돌리며 교체를 끝냈을 때
내가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집 하나하나
내손길 하나가 안 들어간 곳이 없다.
녹슨 화장실 거울은 거울스티커를 붙여 말끔해졌고
물이 흘러내리던 세면대도 고쳤다.
처음 전구가 나갔던 날,
동네 철물점을 다 돌아다녔다.
만보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전구에 쓰여있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동네 철물점 어디에도 맞는 전구가 없어서
결국 집주인한테 연락해서 맞는 전구를 파는 곳을 알아 겨우 전구를 교체했다.
이제는 전등이 나가도 하나도 당황하지 않고
혼자서도 척척 전구를 교체해 나간다.
여름엔 벌레를 처음 내 손으로 잡았다.
그때 벌레는 잡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을 때 모두가 칭찬해줬다.
항상 벌레가 있다고 아버지에게 달려가면
아빠는 세상 빠르고 멋진 손길로 날 구해줬다.
이제 나는 벌레를 잡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고
그동안 벌레 한번 잡지 않고 클 수 있도록 키워준 부모님께 감사했다.
자취를 하다 보면
부모님에게 감사한 순간이 너무나도 많다.
처음으로 주민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따뜻하게 살았더니 난방비폭탄을 맞아 관리비가 40만원이 나온 첫 달에,
생각보다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해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계속 눈에 보일 때,
택배를 많이 받을수록 분리수거가 늘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저녁메뉴 정하는 게 음식을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이런 걸 지금, 처음 해보게 키워줘서 고마워, 엄마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