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나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아가는 중
자취를 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서 매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나와 35년을 살았는데도,
독립 후, 나는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나 탐구 일지 첫 번째, 나는 내가 초록색을 좋아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항상 엄마가 사주던 이불만 쓰던 나는
엄마가 사준 꽃무늬 이불 대신 내 취향의 이불을 고르면서
내가 초록색 이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지금 덮고 있는 이불도 초록색이다.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한 번도 초록색이라고 대답한 적 없었는데
새로운 물건들을 구입하면서, 나는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탐구 일지 두 번째,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꽃병의 꽃을 바꾸다 보면 내 기분도 덩달아 같이 좋아진다.
향기로운 냄새와 예쁜 꽃,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꽃병도 벌써 3개나 샀다.
나 탐구 일지 세 번째,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거의 일 년 동안
배달음식은 딱 한 번뿐이었다.
내 밥과 국그릇은,
독립축하를 위해 뒤늦게 도예과에 도전하신
엄마가 직접 만들어 구워주신 작품이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도
외식을 싫어하고 배달음식을 싫어하던 나는
혼자 살면서 더 '건강히' 더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먹게 되었다.
요아정이 좋아 집에서 요아정맛과 똑같이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먹을 정도였다.
치즈케이크 베이킹도 도전했었고(비록 모습은 예쁘지 않지만ㅎ;;)
엄청난 솜씨는 아니지만
내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춘 음식이
내 입맛에는 너무 맛있어서 먹을 때마다
'who made this!!' 한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자취하면 살이 빠진다는데
나는 오히려 살을 더했다.
나 탐구 일지 네 번째, 나는 청소를 좋아한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내방 한 칸에 살 때는
내 많은 짐이 작은 방에 가득 차 항상 방이 어수선했다,
지금의 집은 내가 출근하고 나서 매일 로봇청소기가 돌아가고
로봇청소기가 일을 하기 위해 매일 출근 전 집을 정리하고
퇴근하고 와서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설거지도 밀리지 않고 간단한 정리 후 잠이 든다.
내 살림이 되면 달라진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받으면 정리정돈을 시작한다.
서랍장 안의 물건들을 다 꺼내서 나만의 순서와 규칙대로 정리해놓고 나면
내 머릿속도 정리되는 기분이다.
스트레스받는 주말 아침, 온 창문을 열고
대청소를 하고 나서 정리된 집을 보면 엄청난 만족감과 뿌듯함이 찾아온다.
부모님이 내 자취집을 오실 때마다
'충격적'이라고 표현하신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을 독립 전까지는 몰랐다.
나 탐구 일지 다섯 번째,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좋아한다.
나는 엄청 외향적인 편이다.
대학 때 친구들이 나를 '삼보일배'라고 불렀을 정도로
3걸음 걸으면 한번 아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하는 소위 '인싸'였다.
그래서 혼자 살게 되면 내가 외로움과 고독에 잠길 거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 가족들까지도.
또 나는 혼자 가는 여행을 참 좋아했다.
간호사 시절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한 달에 한 번은 국내여행을 가곤 했는데
혼자서 해외도 잘 가고 쓰리오프만 나오면 어디로든 훌쩍 떠났다.
교사가 되고 나서도 방학 때만 되면 어디로든 가곤 했다.
그런데 혼자 살게 되고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 가는 여행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혼자 있고 싶었던 것'이었다.
가족과 같이 살 때 혼자 있으려면 여행을 갔어야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대학교 때 기숙사생활을 할 때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일부러 친한 친구들과 방을 쓰지 않았고 내방 침대에 커다란 암막커튼을 달고
간이조명을 놓고 그 안에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친구들도 내 암막커튼이 닫혀있으면 날 찾지 않았다.
독립하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게 힐링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밖에서 바닥난 에너지가 집에서는 온전히 채워진다.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이제 나는 그다지 여행을 가고 싶지도 않고 예쁜 카페에 가고 싶지도 않다.
내 집이 카페이고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서로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동생과 나는 요새 부쩍 통화를 자주 한다.
통화 중에 동생이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거 같아."라고 했다.
정말이지 동생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요새 새롭게 알게 되는 내 모습이 많다.
사실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이고
죽을 때까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를 보살피기 위해서는
항상 나에 대해서 탐구하고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나의 나 탐구 일지는 앞으로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