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신청해 시작해본 브런치 작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갖고 있는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이 더 보였고,
내가 보는 나는
부족한 것이 더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점점 노후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적당한 때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완벽한 때란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을요.
지금의 나에게 충실해야겠다 싶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이 걸어간 길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나도 나만의 길을 걸어야겠다 싶었어요.
언젠가는 멈춰서야 할 길 끝에서
아쉬움만 남겨놓기는 싫었으니까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 부모님
친정아버지의 칠순을 치르고 팔순을 치르면서도
연세가 많으시다는 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체력이 워낙 좋으신대다
항상 연세보다 젊게 보이셨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도 칠순을 치르실 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충분히 더 인생을 즐기실 거라 여겼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시고 활동적이셔서
혼자 계셔도 즐겁고 신나게 지내셨으니까.
부모님에게 생기는 변화
친정아버지나 시어머니가 보이시는
몇몇 변화들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런 변화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저 연세가 많아지셔서 그렇다 여기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치매에 걸리신 부모님
그런데 친정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것을
온 가족이 느끼며 심각성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 즈음,
친정아버지의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지셨고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셨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낄 즈음,
시어머니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고
생활에 불편함과 어려움을 조금씩 보이고 계셨다.
수명은 길어도 인생은 짧다
부모님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인생은 짧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100세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건강을 지키며 100세를 맞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 나이 45살.
아직 살 수 있는 날이 55년 남았다고 해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날은 35년 정도였고,
35년 중 아직 10년은 아이들한테 신경을 써야 할 터였다.
아이들을 다 독립시키고 난 뒤에야
뭐라도 해볼려고 한다면 25년 정도뿐이 남지 않았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마저도 짧아질 수 있는 일이었다.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는
아이들한테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놓는다고 해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 앞에 책을 펼쳐놓는다고 해서
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먹고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독립
아이들을 마음에서 독립시킬 때가 되었다 싶었다.
키도 덩치도 아이들 둘 다 이제는 나보다 컸고,
머리도 제법 굵어졌으며 생각도 한층 깊어져있었다.
부모로서 아직은 아이들을 신경써야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학업은 스스로 챙길 때가 된 것이었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떼면 잡았던 손을 놓아주어야 하듯
아이들이 성장하면 간섭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인생은 제한되어있다
내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나자
인생의 무게 중심이 확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다 것과
멀게만 여겼던 노후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것,
부모님이 언제고 내 곁을 떠나 하늘로 가실 수 있다는 것과
아이들이 조만간 내 품을 떠나 독립할 시기가 온다는 것.
제한되어 있는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
나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대로는 인생이 끝난다면 너무 억울할 것만 같았다.
나 자신을 챙기자
결혼을 한 뒤 해야만 했던
아내 노릇, 엄마 노릇, 딸 노릇, 며느리 노릇, 학부모 노릇 등
여러 가지 역할에 따른 어른 노릇들에 너무나 지쳐있었다.
내 인생인데도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으니까.
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블로그에만 올리던 글
결혼하기 위해 일을 정리하면서 시작한 블로그였다.
블로그는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소한 글이라도 쓰며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들 낳아 기르는 동안
일상은 불규칙했고 감정 기복은 심했기 때문에
도저히 안정적인 글을 써내려갈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뭔가 시작해보려고 할 때마다
너무나 절묘하게도 아이들은 나의 손길을 필요로했고,
어느 순간 무언가를 해보려는 의욕이 완전히 꺾기에 되었다.
블로그에서 느껴진 한계
블로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다.
블로그는 자유로운 만큼
다양한 글을 쓸 수 있고 만날 수는 있었으니까.
그런데
자유로움이 방임이 되었는지
언제부턴가 실제 경험이나 생각이 담긴 글보다
광고글이나 홍보글이 훨씬 더 많아지게 되었고,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잘 선별해서 읽어야만 했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에 도전
예전부터 브런치 스토리에 대해 들어왔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글을 쓰는데 있어 브런치 작가라는 인정이 꼭 필요할까 싶었다.
궁금한 마음에 아무 준비 없이 한 번 도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블로그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실패에도 그다지 속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도전해서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내 마음 한 켠에 있었던 듯 했다.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면서
브런치 스토리 작가에 다시금 도전해보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작가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직 작품글을 하나도 올리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