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야기: 2. 묵묵히 걷는 길

80년생 45살, 연년생과 진도믹스견과 함께 하는 일상.

by 쏘이책장

혼자 가던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걷게 되자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유난히 바쁜 남편과 걷다

연년생 두 아이들과 걷고

진도믹스견과 함께 걸으면서요.


혼자 길을 걸을 때

들고 있던 많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아야만 했어요.


딱 하나!

끝까지 붙들고 있던 것이 있었어요.

책 읽고 독서일기 쓰기!

그렇게 보낸 시간만 17년.

그렇게 쌓인 독서일기만 1221권.


소박한 글쓰기였지만,

함께 걷는 길에서

저만의 발자국이 되어주었어요.

그리고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든든한 남편이 있는 아내

성실하고 능력 있는 남편 덕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대단한 부자는 아니었지만,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당장 생활비를 위해,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었다.

한 마디로 속 편한 아내였다.


남들과 다른 남편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은 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업무 패턴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가고 연말에 놀러 다닐 때가

남편은 제일 바빴고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대신 우리는 봄이나 가을에나 나들이를 갈 수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한적한 곳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때때로 소외감을 갖게 하고는 했다.




쌍둥이보다 힘들다는 연년생 키우기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기간을 단축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지만,

이상하게 연년생은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둘째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

나보다 앞서 연년생을 키워보셨던 시어머니는

정말 놀라시며 힘들게 어쩔려고 그랬냐며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셨다.

그때는 몰랐다.

연년생을 키우는 것이

이렇게나 고될 줄은 말이다.


연년생 형제 키우며 보게 된 나의 바닥

부모가 된다는 것이

나를 내려놓는 것이었다면,

연년생 형제를 키우는 것은

나의 바닥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회복이 되지 않는 몸으로

다시 겪는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나의 몸과 마음을

이렇게나 상하게 할 줄은 몰랐으니까.

낮잠은 번갈아 자고

밤잠은 번갈아 깨고,

젖병이나 이유식은 순차적으로 떼고,

감기는 돌아가며 걸리고,

병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고,..

끝이 보이지 않은 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시간

함께 하기 위해 한 결혼이고

함께 하기 위해 가진 자녀였다.

하지만

함께 한 시간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함께 하는 동안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마음에 든 깊은 병

누가 봐도 안정적인 가정이었다.

능력 있는 남편과 착한 아이들까지.

하지만

내 삶에 내가 없었고

내 모습조차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한 유기견 봉사

매달 첫 주 주말이면 유기견 봉사 활동을 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유기견을 위한 봉사였다지만,

그 시간 동안 위안을 받은 것은 우리 가족이었다.

그런데

봉사를 하다 보니

갈 때마다 자꾸 마음이 쓰이는 강아지가 생겼다.

식이성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는

1살 남짓 한 진도믹스견이었다.


가족으로 맞이한 강아지

긴 고민과 준비 끝에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순수하고 솔직한 강아지가

우리 가족에게 준 영향은 굉장히 컸다.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게 된 것만 같았다.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에

제약이나 불편함도 따랐지만,

맑은 눈망울을 가진 따뜻한 털뭉치인 강아지는

그 이상의 것을 우리 가족과 나에게 주었다.




강아지를 통해 열린 세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진도믹스견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세상을 알게 되었다.

덩치가 큰 만큼 존재감도 또한 컸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아지라는 존재가 점점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강아지와 함께 하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자꾸만 자꾸만 생겨났다.

혼자만 간직하기 아까운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동안은 남이 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었는데,

강아지 덕분에 내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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