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문자 수 0이 될 줄 알았더라면
언어재활사와 놀이치료사가 아동발달연구소를 함께 개원하다.
언어재활사, 놀이치료사, 아동발달연구소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살면서 들어보신 적 있는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직업과 직장에 대해 소개하자면
언어재활사: 언어와 관련된 장애를 진단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놀이치료사: 놀이라는 매체를 통해 아동의 정서 및 발달을 돕는 사람.
아동발달연구소: 정서 및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들의 발달을 위해 연구하고 재활하는 기관으로 아동과 부모님이 함께 내원함.
나는 언어재활사로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 이 직업을 갖기 전에 이런 직업이 있는지도, 이런 것을 치료하는 기관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이제 동네를 돌아다니면 내 눈에 너무 잘 보인다. 발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일까, 한 건물에 많으면 두 곳이 있는 아동발달 관련 기관이 해가 지날수록 많이 생기고 있다. 많이 생기고 있는 데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원인을 알아보고자 하는 글은 아니니 각설하고, 10년 넘게 언어재활사로 일하고 있는 내가 그 많은 기관들에서 근무를 할 때 근속연수가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여기에 뼈를 묻고 싶다!' 생각이 들었던 곳이 없었던 이유들을 나열해 보면 1. 개원한 지 오래된 곳들은 건물 자체가 노후화되어 화장실이 더럽고 주차장이 좁음. 2. 급여나 복지 등 대우가 좋지 못함. 3. 내가 치료를 잘할 수 있는 치료영역이 있는데 그것만 진행할 수가 없음. 4. 내가 원하는 활동을 마음대로 구성할 수 없음. 5.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상함(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을 수도..). 등의 이유로 나의 가슴속 한 구석에는 사직서가 함께했고 내 마음은 항상 불안정했다.
물론 나만 그렇게 불안정했던 것은 아니다. 나의 동료들은 그런 불안정함을 극복하기 위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가정을 만들어 다른 쪽에서 안정감을 찾는 등 다양하게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위의 단점들을 고려하며 새로운 직장을 찾고 싶지도, 결혼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결국 내 입맛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아동발달연구소를 개원해 버렸다.
여기서 잠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혼자서 개원을 한 것이 아니고 아주 믿을만한 놀이치료사와 함께 개원을 했다. 전에 함께 근무를 했을 때 치료를 하고자 하는 목표가 비슷하고, 가치관도 비슷하다고 혼자 생각하여 엄청 따라다녔다. 퇴사 후에도 종종 아동 관련해서 조언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을 하고 지내던 중, 개원을 하고 싶어 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길래 바로 '나랑 같이 차려요!'라고 고백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10시부터 만나서 오후 7시까지 쉬지 않고 '발전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동업을 하기로 했을 때 주변에서의 반응은 '뭐? 동업하면 무조건 싸운대. 사람 하나 잃는 거래.', '동업할 바에 안 차리는 게 낫다.', '인생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동업이야.' 등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러다 나중에 싸우고 문 닫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업을 했을 때 사람들이 갈라서는 이유는 '노력'과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너보다 이만큼 노력했는데 돈을 이렇게 나눠?' 혹은 '나 이런 것도 하고 있는데 내 노력을 무시해?'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균열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아래 두 가지를 꼭 지키기로 약속했다.
1. 내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토 달지 말기. 토 달 거면 자기가 하기
2. 다른 사람이 치료하고 있을 때 남아 있는 다른 업무 찾아서 하기
이렇게 정해두고 나니 싸울 일? 나만 속 편할지도 모르지만 없었다. 혹시라도 동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처럼 약속을 꼭꼭 하고 머릿속에 저장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개원한 지 3개월이 되고 있는데 우리의 고민은 따로 있다. 바로 이번 주 평균 방문자수 0회. 많고 많은 센터들 사이에 개원을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님 홍보가 부족했던 것일까? 오픈하고 첫 주에는 오픈빨의 힘인지 나름 문의전화도 많았고 오다가다 보았다며 상담을 예약하고 가는 부모님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나랑 이야기하는 사람은 내 동업자뿐이다. 물론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고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에도 열심히 치료와 관련된 내용을 게시하고, 당근마켓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에 돈을 내고 홍보하기, 전단지를 만들어서 아파트 게시판 부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아직 시원하게 통하는 것은 없다. 우리가 너무 성급한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크게 끌리는 포인트가 없는 걸까?
우리는 방문자수 0이 될 줄 알았더라면 다른 직업을 선택할 걸 그랬다. 남들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기다리게 요리사를 할 걸 그랬다.라고 근무시간에 흑백요리사를 보며 '-걸무새'가 되며 퇴근했다.
나와 같은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개원 준비에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이 시기에 느꼈던 감정을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방문자수 0으로 속상하고 힘들었지만 내일의 나는 치료도 잘 풀리고 방문자도 많아서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다음화 예고.
2. 내 매물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 부동산계약과 관련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