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 이직일기 1

EP01: 나는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싶었을 뿐인데

by 솜솜

어느 날 갑자기, 회사 내부에서 정치 싸움이 벌어졌고 팀이 세 갈래로 찢어졌다. 그야말로 갑자기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7개월 전, 전 상사의 부름에 잘 다니던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온 회사라 더 멘탈이 흔들렸다. 심지어 다음 주가 마지막 출근이란다. 회사에서 가장 핫한 AI 팀 수장의 오른팔에서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첫 몇 주는 정말이지 잘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함께 전 상사를 따라온 몇몇이 실제로 해고를 당했다). 영주권이 있어서 정말 천만다행이다,라는 말을 거의 매일 되뇌며 살았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팀, 새로운 매니저 밑으로 옮겨졌고,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잘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밑에서 나는 나의 가치(value)를 증명해내야만 했다.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으며, 회사의 방향과 전략에 기반해서 이 회사 안의 나의 롤(role)을 만들려 고군분투했다. 대부분의 회사 사람들은 공감했지만 (팀이 공중분해 되고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1년 만에 쫓겨나는 건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도와줄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 살아남아야 했다. 전략을 짜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의 POV(point of view)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새 매니저가 슬금슬금 나와의 1:1 면담 시간을 미루기 시작했다. 겨우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답은 항상 똑같았다. 매니저로서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다 윗선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아직 확실히 뭐라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라고만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이 매니저가 나의 다른 팀원과 긴밀하게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알고 있어 다행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나의 운명이 결정되길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그렇게 나는 다른 팀들의 매니저들에게 연락을 넣었고, 그중 예전에 같이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한 명과 합심하여 팀을 아예 옮기기로 했다. 일단 마음을 먹으니 일사천리였다. HR에게 내 상황을 전달했고, 매니저에게 팀을 옮긴다고 통보하였다 (물론, 내가 원해서 옮기는 것이 아닌 척했다). 그렇게 나는 약 한 달여 만에 세 번째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팀도 중구난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사 내부 자체가 굉장히 어수선했다. 수많은 변화와 인사이동, 그리고 전략적 재정비 때문에 모든 팀들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 누구도 자신의 팀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 가 없었다. 나도 결정을 해야만 했다. 이 회사에서 또 한 번 나의 열정을 불태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 볼 것인지. 감정적인 부분들을 떠나서 (팀이 와해된 과정에 굉장히 실망을 한 상태였다) 이 회사가 앞으로의 나의 성장과 열정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곳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가장 재밌는지를 중점으로 뒀다.


생각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답은 하나였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낙인찍힌 이 회사에서 나의 미래는 없다. 이직만이 살길이다!


그렇게 나는 이직 한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