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심리상담의 문턱을 넘다
"한번 받아볼래?"
아주 운이 좋아야 주차를 할 수 있는 홍대 공영주차장 앞에 있는 흔한 술집이었다. 그리고 대낮이었다. 라디오 방송국 사람들의 시계는 각자 돌아가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그때 5년이나 다닌 프로그램을 마치고 백수였다. 시원섭섭하면서도 시금털털한 그런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때, 퇴사 후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의외로 뜻밖이기도 하다. 정작 매일 같은 건물에서 마주칠 땐 오며 가며 인사만 하던 그녀였지만, 새삼스럽게 뒤풀이 형식으로 마주 앉은자리였다.
"피디님, 저 사실 일주일 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서 먹고 자고 티브이만 봤어요. 오늘도 피디님이라 겨우 겨우 나온 거지... 다른 사람들 약속은 다 핑계 대고 파투 냈어요."
꽤 지난 일이라, 이 말을 듣던 그녀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생생히 기억난다.
"한 번 받아볼래? 나 받고 있는데 괜찮아"
지금은 연락이 끊기다시피 해 대뜸 그녀에게 물어보긴 뻘쭘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그때 내가 좀 불행해 보였나요? 나도 내 상태를 모르던 그때, 어떻게 나에게 심리상담을 권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나도 모르던 내 상태를 눈치채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날로 나는 심리상담이란 문턱을 넘었다. 그녀의 작은 관심과 오지랖이 나를 살렸다. 이 글을 우연히 읽게 된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한번 받아보시면 어때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물론, 때때로 고비가 찾아와요. 그 고비를 어떻게 넘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 글은 나를 위한 기록이다.